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이 영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대규모 자금 이탈 조짐이 확대되면서 영국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가뜩이나 이탈리아 부실은행 문제가 유럽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영국 부동산 펀드런이 가격 하락과 신용경색으로 이어진다면 유럽의 실물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6일(현지시간) 핸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와 컬럼비아트레드니들, 캐나다라이프 등 자산운용사 3곳이 영국 상업 부동산 펀드 환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운용한 펀드 규모는 총 55억 파운드였다. 앞서 스탠더드라이프와 영국 3위 자산운용사 M&G인베스트먼트, 아비바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사흘 새 영국 부동산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 자산운용사는 6곳으로 늘어났다. 이들 회사가 운영하는 자금은 250억 파운드 규모의 영국 상업 부동산 펀드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브렉시트 여파에 영국 상업 부동산 펀드 시장 절반이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이들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은 브렉시트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한 탓이다. 이들 펀드 운용사들의 수익률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환매 요구가 치솟았다.
문제는 다른 부동산 펀드 사이에서도 환매 중단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펀드들이 빌딩 매각에 나서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몰락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애널리스트 레이스 칼라프는 블룸버그통신에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이들 부동산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을 시장에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으면 부동산 시장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른 종목의 펀드 환매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영국 부동산 펀드의 환매 중단 등을 시작으로 영국을 비롯해 유럽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게 되면 은행의 신용 경색이 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탈리아 시중은행의 부실대출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EU 반대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어서 시장의 우려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불안감에 이미 크게 동요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31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1.30달러 밑으로 추락, 1.279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영국의 신용경색 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영국 부동산 펀드 환매 중단으로 새로운 시련의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부동산 문제와 이탈리아 부실은행 문제에 대해 유럽당국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