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200억대 소송사기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이 19일 검찰에 출석해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기 전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송사기가 어느 분 생각이냐'는 질문에 "왜 사기라고 생각하시나"라고 반문하며 "사실대로 얘기하겠고, 조사 결과를 지켜보라"고 말했다. '불법이나 탈법 없이 원칙대로 했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긍정했고, 270억 원대 환급금을 신동빈 회장에게 보고했는지 묻자 "너무 앞서가지 말라, 조사 결과를 지켜보시도록 부탁드리고 싶다"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롯데케미칼의 해외원료 수입 과정에서 200억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전부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거라 생각한다.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부인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 청탁이 있었는지에 관해 묻는 질문에 "조사하시는 분들이 물으실 거다. (거기서)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기 전 사장을 상대로 소송 사기를 지시했거나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기 전 사장은 2004~2007년 롯데케미칼 부사장과 사장을, 이후 2010년까지 롯데물산 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해외 원료 거래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기 전 사장은 롯데 계열사인 케이피케미칼(현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일할 당시 270억원대 소송 사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허위 회계자료 등을 토대로 행정심판 청구와 세금 환급 소송을 냈다. 실재하지 않는 1512억 원의 유형 자산을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정부를 상대로 일종의 ‘소송 사기’를 벌인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세 등 270억 원을 부당하게 돌려받았다.
기 전 사장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고도 제한 문제로 15년 여간 중단됐던 제2롯데월드 사업은 그가 2008~2010년까지 롯데물산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부의 허가 방침이 떨어지면서 급진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 전 사장과 고려대 61학번 동기, 당시 공군 참모총장이었던 이계훈 씨는 광주제일고 후배다. 당초 제2롯데월드 준공에 반대했던 공군은 2009년 3월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를 트는 조건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