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적극적인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어가고 있지만 약화된 사업기반으로 장기적인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올해 2분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3000억원 가량 축소된 9664억원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차입금 감축에 상반기 이자비용도 1년 전보다 230억원 줄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28%p 하락하면서 171% 수준까지 낮아졌다.
두산건설의 순차입금 감소는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잇따라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가능했다.
앞서 두산건설은 렉스콘 사업부(1300억원)에 이어 분당 토지(1065억원), 두산큐벡스(1080억원) 등 비핵심 자산을 모두 매각했고, 5월에는 제너럴 일렉트릭(GE)에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를 3000억원에 매각했다. 자산과 부채 등 HRSG 사업부문을 모두 넘기는 사업양수도 방식이었다. 두산건설은 지난달에도 매각을 검토해왔던 화공플랜트사업(CPE)을 ㈜두산 자회사이자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DIP홀딩스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매각대금은 1172억 원이다.
계속되는 자산 매각에 두산건설의 순차입금 규모는 2014년 1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 300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고, 올해 1분기 약 1조 700억원 수준으로 감축됐다. 2분기 동안에는 약 1000억원이 감축됐고, 이는 HRSG와 CPE 사업부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대금이 주를 이룬다.
앞서 두산건설은 HRSG와 CPE 사업부 매각이 완전히 완료되면 총 4100억 원이 넘는 현금이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봤다. 매각대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 활용되고 이에 따라 순차입금 규모는 두산건설이 계획한 7000억원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HRSG 사업부와 CPE 사업부의 매각작업은 현재 진행 중이며 오는 3분기 중 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다 .
회사 측은 차입금 규모를 계획대로 감축하면 이자보상배율(ICR)이 1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ICR이 1 미만을 기록해 잠재적 부실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두산건설이 장기적인 재무구조 안정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HRSG 사업부 같은 알짜사업을 매각한 뒤 남은 건설·토목분야로는 제대로 된 영업창출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두산건설이 1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동안 HRSG사업부는 120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 사업부가 지난해 기록한 2311억원의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54억원, 221억원이 영업이익을 기록할 만큼 알짜사업이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수익이 그나마 좋은 사업부를 매각해 급한불을 꺼왔지만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해결할 만한 사업부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며 "남은 건축·토목으로 수주사업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년과 2018년 만기가 도래하는 두산건설의 회사채는 각각 2000억원, 1500억원으로 총 3500억원 규모다.
이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그룹 유동성 리스크의 두 축으로 통한다"며 "건설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된다면 두산중공업의 부담을 줄이고 그룹 전체 유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남은 사업부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재무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산건설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환경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데다 연료전지 사업이나 지하철 운영권 같은 신사업 역시 꾸준히 찾고 있다"며 "재무구조 정상화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건설은 신분당선 시설운영사인 네오트랜스 지분 43%를 확보하고 있으며, 송도 연료전지 발전사업 EPC사업자 모집 평가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는 등 신사업을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