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에 맥주 공룡 탄생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피인수기업인 사브밀러의 주주들이 최근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인해 충분한 수혜를 누리지 못한다며 합병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브밀러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양사 합병 절차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앨런 클라크 사브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AB인베브 쪽과 연락하지 말 것”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사가 계획했던 모든 회의와 전화통화 등 모든 게 다 연기됐다. 다만 소식통은 이번 합병을 돕는 자문단은 합병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사브밀러 이사회는 AB인베브 측이 수정한 인수제안서를 검토했지만 이번 합병 계약을 철회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사가 합병을 결정한 지는 9개월이 지났지만 브렉시트 여파에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AB인베브와 사브밀러의 합병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등장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이후 한때 달러당 31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여전히 10% 낮아진 상태다.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면서 사브밀러 인수액도 줄어들게 됐고 이에 사브밀러 주주들은 주식공개매수(TOB)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돈이 줄게 됐다며 불만을 호소하자 전날 AB인베브는 사브밀러의 인수가격을 주당 44파운드(약 6만5834원)에서 주당 45파운드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수액은 710억 파운드에서 790억 파운드로 오르게 됐지만 사브밀러 주주는 여전히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립 고험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이는 주주들이 인수에 동의하지 않을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의미”고 강조하며 “현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양사 거래가 최종 성사될지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