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경영공백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후임 사장 인선 절차에 대한 방향이 이번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절차에 돌입하든 경영공백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대표이사의 공백이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면서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4일 대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일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비공개 모임을 갖고 이번 주 내로 사장 인선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고문을 최종후보로 선정할지 사장 인선 단계를 되돌려 다시 진행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전영삼 부행장, 오진교 사모펀드실장으로 구성된 사추위는 지난달 20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과 박 고문 중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위원들 간 이견으로 후보 압축에 실패했다. 사추위의 결렬로 같은날 열리기로 했던 이사회 역시 취소됐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박 사장을 최종후보를 이미 결정했지만 각종 의혹과 정치권 외압설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최종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추위 위원 중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이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며 제동을 걸어 위원회가 파행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나왔다.
상식을 벗어난 일정 변경과 선임과정으로 잡음을 일으켜온 사추위는 사장 선임을 다시 무산시키며 논란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대우건설 노조 측은 사추위의 사장 인선 보류가 기존의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잠시 동안 잡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보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장 인선 작업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경영공백의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박영식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지난달 14일 만료돼 사추위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든 경영공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영업이익 1060억원, 매출액 2조 9959억원 등을 달성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을 웃돈 수치였다. 해외 일부 현장의 손실 반영이 있었지만 주택부문이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내면서 이같은 실적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해결해야할 숙제가 더 많다. 대우건설의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총 4조 6191억원으로 5조 9254억원을 달성한 전년 동기보다 22%나 감소했다. 호조를 띤 분양시장 덕에 국내에서 그나마 4조1005억원을 수주했지만 발주 지연과 발주량 감소로 해외 수주는 5187억원에 그쳤다.
특히 상반기 신규수주 총액은 올해 수주 목표액 12조 2000억원의 38%에 불과하다. 그만큼 하반기에 할 일이 더 많이 남았다는 얘기다. 하반기에는 해외 부문의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부진한 속도를 내는 사업장의 결과와 신규수주를 동시에 해결해야하는 만큼 지금의 업무공백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국내부분도 성장은 지속되겠지만 성장세는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주택시장에서 얻는 이익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임기가 종료된거지 사장직은 수행하고 있어 큰 업무공백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사장직으로 중요사안에 대한 얼마 만큼의 권한을 갖고 사업을 이끌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를 견인해야 할 대표이사직의 공석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내부적인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