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규모 확충을 위해 하이투자증권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헤아리면 말 그대로 '검토'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투자증권은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투자은행(IB)의 실익을 고려한 자본 확대 방안으로 하이투자증권 인수 및 유상증자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여전히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4조 원까지 끌어올릴지 여부를 먼저 결정한 후 인수나 증자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자기자본을 4조 원 이상으로 확충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회사에 가져올 수익성이 어느정도일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본 확충을 결정하더라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기 보다 유상증자를 통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좀더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6000억 원 안팎의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그다지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숫자만 봐도 우리가 큰 돈을 들여서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다양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IB에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과 기업 외환 매매 허용, 8조 원 이상이면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 허가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증권사들이 몸집을 키워야 할 동기를 부여한 셈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 7139억 원 규모로 자기자본 3조 원대인 증권사들이 합병하면 4조 원 기준을 채우게 된다. 현재 이에 해당하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3조1713억원) 을 비롯해 삼성증권(3조3848억원), KB투자증권·현대증권(3조8573억원) 등 세 곳이다.
애초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되던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은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안에 따라 다시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의 자본 수준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나 합병 시너지를 확보할 만한 특장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 시에는 리스크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하이투자증권이 이를 뛰어넘을 만한 매력을 갖고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