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의 임기만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꾸리고 사장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사추위는 당초 현직에 있는 박영식 사장과 대우건설 이훈복 전무(전략기획본부장)를 후보로 압축하고 향후 청사진을 제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사장 선임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냈다.
당초 대로라면 사추위는 지난 달 10일께 최종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낙점하고 같은 달 중순 쯤 임시 주총을 열어 신임 사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추위는 이를 돌연 백지화하고 재공모를 진행하며 혼란이 시작됐다. 20여명의 후보자에게 지원을 받은 사추위는 박창민 전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후보군을 좁히고 지난달 20일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갑자기 연기했다.
이렇게 사장 추천이 계속 연기되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박 전 사장에 대해 여당의 유력 인사가 밀어주는 후보라는 소문이 거듭 제기됐다.
실제로 대우건설 노조는 박 전 사장에 대해 "정치권의 유력 인사가 선임한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기약없이 연기되던 중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사추위 내부에서도 박 전 사장을 지지하는 위원들과 반대하는 위원들간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수 차례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사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날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사추위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 정확한 일정과 장소도 공개되지 않아 막판까지 논란이 됐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사추위의 그동안의 사장 선임 과정을 보면 논란을 자초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사장 선임 과정에 이처럼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고 시끄러웠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결국 사장 선임이 미뤄지면서 대우건설의 경영공백도 불가피해졌다. 지난 달 14일 임기를 만료한 박영식 사장이 공백을 막기 위해 업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공백의 장기화는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창민 후보가 최종 선임될 경우 논란이 이어질 것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한편으로는 주가 부양이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밸류 제6호 펀드 지분(50.75%)를 통해 대우건설을 소유하고 있다. 산은은 이 펀드의 만기를 내년 10월까지 연장한 상태인데 그 전까지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후임사장은 매각 작업이 이뤄지기 전까지 주가 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당시 주가가 1만5000원 가량이었는데 만약 지금 주가대로 매각할 경우 산은의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산은 입장에선 대우건설 주가를 올리는 등 대우건설의 가치를 최대한 올릴 수 있는 CEO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