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20번째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7일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10시) 전국 9만4000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총 5005만여 명의 태국 유권자는 이날 군부 주도로 만든 개헌안을 인정할지와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들을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킬지를 결정한다.
투표는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6시)에 종료된다. 태국 선관위가 출구조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 종료 직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르면 이날 중에 잠정집계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공식 결과 발표까지는 사흘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총선 이후 5년 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뽑고, 이들을 500명의 선출직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개헌안에 담았다. 또 선출직 의원 중에서만 뽑던 총리도 비선출직 명망가 중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민정 이양기 정치 혼란을 막기 위해 군부가 하원을 견제하고,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개헌안이 가결되면 군부는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게 된다.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은 이후 18개월 이내에 치러질 수 있다(개정 조항 적용 1개월, 헌법재판소 숙려기간 45일, 관련법 국왕승인 5개월, 선거 관련 정부조직법 재정비 및 국왕 승인 7개월 소요, 이후 150일 이내 총선). 군부 지도부는 개헌안 부결에 대비한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군부최고 지도자인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개헌안이 부결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내년에는 약속대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점만 강조해왔다.
그러나 부결되면 대체 개헌안을 만들어 다시 국민투표를 치르거나 쿠데타와 함께 효력이 정지된 기존 헌법을 부활시켜야 하는 만큼, 내년 중 총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태국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는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9년 전에는 4509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2597만 명(57.6%)이 참여했고, 찬반 비율은 57.8%대 42.1%였다.
투표를 2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로는 찬성 비율이 32.7%로 반대(5.93%)비율을 크게 앞질렀지만, 전체 응답자의 59.75%가 결정을 하지 못했거나 자기 생각을 숨긴 부동층이었다. 현지 일간 ‘더 네이션’은 정부가 실시한 비밀 여론조사에서 개헌안 ‘반대’ 비율이 ‘찬성’ 비율을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군부 최고 지도자인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투표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혀 여론의 움직임을 유도했다. 반면, 쿠데타로 축출된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반대’ 의견을 공식화하며 맞불을 놓았다. 또 최대 정당인 탁신 계열의 푸어타이당은 그동안 개헌 반대 운동을 주도해왔으며, 제2당인 민주당도 이에 동조해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