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약 산업은 선진국 중심의 하이테크(High Tech) 산업이었지만, 바이오제약은 우리나라가 승산이 있는 하이찬스(High Chance) 산업입니다. ”
이승철 전국경제연합회 부회장은 18일 인천 쉐라톤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전경련ㆍ인천광역시 공동 개최 세미나 ‘바이오제약의 미래와 기회’에서 합성제약과 달리 바이오제약은 한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후발 주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전경련은 이미 보유한 세계적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바이오제약 평균 생산 원가 구조는 생산 35%, R&D 30%, 마케팅 35%이다. 이 가운데 생산 능력은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생산설비 3위(삼성바이오로직스), 4위(셀트리온) 기업을 갖고 있다. 위탁 생산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5∼20%가 될 정도이며, 현재 신약개발로 인한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한 수준이다. 전경련은 세계적 수준의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개발 R&D, 글로벌 제약사 같은 마케팅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제약 R&D는 신약후보 탐색, 개발, 허가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 중 바이오 신약개발 전문기업(바이오벤처)은 대학·연구소가 찾은 신약후보 물질을 일정 수준까지 개발한 뒤 제약사로 넘겨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분야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을 담당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수는 약 300여개(2013년 기준)로 추정된다. 그러나 바이오제약은 시가총액이 높더라도 일반 제조업과 같이 연 30억 원 매출액을 지속해야 코스닥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등 여러 제약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나스닥은 유지 조건에 시가총액도 포함시켜 이런 모순을 방지하고 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바이오제약은 일정하게 연 매출이 발생하는 산업이 아니라 기술 이전한 해에 몇 배 매출이 발생하는 분야”라며 “규제로 인해 신약 개발을 목표로 출발한 기업이 상장 조건을 위해 다른 분야인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바이오벤처는 R&D 초기 자금조달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은 10여년 소요되는 바이오제약 R&D 기간 중 초기 2~3년 단계보다는 성과가 가시화된 중·후반에 대부분(85%) 투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5년 이내 벤처에만 투자하는 특수목적펀드(SBIC)를 31억 달러 규모로 조성해 초기 자금조달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국가의 공통점은 클러스터 조성이다. 바이오제약은 대학·연구소, 병원, 벤처캐피탈 및 투자자, 바이오벤처, 글로벌 제약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시너지를 창출해야 성공하는 산업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국은 하버드, MIT 등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산·학·연 연계 방식, 바이오제약 기반이 전무하던 싱가포르는 국가차원의 정부주도 방식, 아일랜드는 세계 최저 법인세 등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글로벌기업 유치방식으로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의 중심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와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클러스터를 조성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선진국들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해 ‘생산ㆍR&Dㆍ마케팅’ 역량을 결집할 ‘바이오제약특화지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산업단지 개념의 바이오특화지구를 지정해 싱가포르 수준(100만평)의 클러스터를 만들고, 토지·조세·인력 등 다방면 혜택 제공을 통해 국내외 우수 제약사 및 투자자, 연구기관이 집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경련은 글로벌 제약사에는 국내 투자를 조건으로 싱가포르 등 경쟁국 수준의 법인세(5~15%) 감면 혜택을 주는 등 파격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벤처의 단계별 지원체계를 갖추고 벤처캐피털, 바이오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인천광역시 경제산업국장은 “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 최적지로 수도권에서 우수 인력 유입 또한 수월하다”며 “송도를 세계 수준의 바이오클러스터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