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실효성 없어”…부족자금 1조~1조3000억 달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지속 여부를 오는 30일 최종 결정한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계획안 중 실효성 있는 자금조달 규모를 4000억 원으로 평가한 상황이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26일 “한진해운의 실효성 자금은 4000억 원뿐”이라며 “각 은행별로 30일까지 한진해운 자율협약 지속 관련 답변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한진해운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8000억 원으로, 내년에 발생할 2000억 원까지 더할 경우 총 1조 원 규모다. 최악의 경우에는 1조3000억 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 등이 성공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추가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산은에 따르면 25일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중 실효성 있는 자금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통한 4000억 원뿐이다. 더군다나 유증 시기가 올해 12월과 2017년 2월에 각각 2000억 원씩으로 잡혀 있어 채권단이 최소 6000억 원을 선지원해야 하는 구조다.
시장에 알려진 5000억 원 안팎 규모의 한진해운 자구안은 기존 4000억 원 규모에 부족자금 발생 시 1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단서 조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행장은 “이번 자구안에 한진해운에 부족자금이 발생하면 나중에 1000억 원 한도로 지원한다는 예비적 성격이라 실효성이 없다”며 “TTI(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600억 원 매각도 담보 때문에 최종적으로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26일 채권금융협의회를 개최해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설명하고,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지속 여부와 신규자금 지원 의향을 채권단에 부의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오는 30일까지 동의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채권단이 자율협약 지속할 경우 전체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되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