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옐런 경고 외면한 개미들의 위험한 ‘빚투자’

입력 2016-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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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미지투데이)

친구: 코스피 진짜 많이 올랐다. 주식 좀 사 볼까?
나: 너 얼마 전에 차 샀잖아. 무슨 돈으로?
친구: 대출받으면 되지. 이자도 싸잖아. 요즘엔 빚지는 게 돈 버는 거래.

재테크라고는 예ㆍ적금밖에 모르는 친구가 주식 투자를 고민합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터치하고, 외국인은 연일 ‘사자’에 나서는 걸 보니 견물생심이 드나 봅니다. 은행에 1년간 묵혀도 1%대 이자 밖에 안주는 마당에 코스피가 두 달 만에 6% 가까이 뛰었으니 혹할 만하네요.

친구의 종잣돈 변통 수단은 신용융자인데요. 증권사에 소정의 수수료(신용거래보증금)를 내고 매매대금을 빌리는 거죠. 말 그대로 ‘빚 투자’입니다. 금리가 워낙 낮은 데다 강세장이 지속되다보니 최근 알짜 재테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7,785,500,000,000원.

친구 같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빌린 돈입니다. 6월 말 6조7000억 원에 머물던 신용융자 잔고가 두 달 만에 1조 원 넘게 늘었네요. 8조원에 육박합니다. 연중 최고치죠.

이들은 빚까지 지면서 뭘 사고 있는 걸까요? 코스피 시장에선 선도전기가 ‘핫(Hot)’ 합니다. 거래대금 가운데 10분의 1(10.13%)이 신용융자로 매매됐죠. 에이엔피(7.7%), 유양디앤유(8.4%), 경인양행(8.2%) 등도 인기가 좋고요. 코스닥 중에는 영우디에스피(15.62%), 피엔티(13.15%), 에스엠코어(12.30%)의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겁니다.” (맥쿼리 르 코르누 공동대표)

문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전 세계 경제 대통령이죠.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오늘 밤(26일, 한국시간) 잭슨홀 미팅에 나서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옐런이 ‘매파 신호(긴축)’를 보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시기는 9월로 보고 있고요.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분석을 해봤는데요.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글로벌 증시의 상승 여력은 11.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물론 한국 주식시장까지 추가상승이 어렵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오늘 미국 다우지수는 하락(0.18%) 마감했고, 코스피도 조정(0.27%)을 받았습니다. 빚까지 져서 투자한 개미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입니다.

“빚을 지고 내일 일어나기보다 오늘 밤 먹지 말고 잠들어라.”

미국의 유명한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입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빚을 져야 할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필요’가 아닌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빌립니다. 아직도 투자의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가요? 지금 ‘미국 금리인상’ 파도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허리에 찬 웨이트 벨트(잠수를 도와주는 납덩어리)가 오늘 밤 당신을 위협할 것입니다.

(출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친절한 용어설명: 잭슨홀 미팅이 뭔가요?

미국 12개 연방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매년 8월마다 여는 연례행사를 말합니다. 와이오밍주에 있는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려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죠. 이 자리에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전문가가 120여 명이 참석하는데요. 처음에는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학술회의였다가, 2010년 벤 버냉키 의장이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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