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재 출연금 3000억 원으로 공익 재단 설립
“시작이 3000억 원입니다. 열심히 해서 1조 원을 채워나가겠습니다. (재단 운영은) 50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1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경배 과학재단’ 설립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 등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재단 출연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서 회장은 3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사재 출연해 생명과학 분야 기초 연구 과학자를 지원한다는 재단 운영 계획 및 세부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해 200억 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매각, 투입할 방침이다.
서경배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익재단 설립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이자 서 회장의 부친인 故 서성환 선대회장으로부터 가르침을 언급했다. 서 회장은 “아버지가 과학기술에 대해 늘 관심이 많으셔서 1970년대 제가 자랄 때 항상 ‘과학기술 발전 없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故 서성환 선대회장은 1973년 태평양장학문화재단(현 아모레퍼시픽재단)에 이어 태평양학원(1978년), 태평양복지재단(1982년·현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처럼 서경배 회장은 부친의 영향으로 10년 전부터 재단 설립을 구상했고, 특히 생명과학 기초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에 관심을 두었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위기를 떠올리며 과학기술을 접목한 제품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회사가 1991년도 총파업 이후 거의 망할 뻔 했다. 이듬해 첫 번째로 한 작업은 중앙연구소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이후 1997년 비타민 유도체 기술을 녹여낸 아이오페 ‘레티놀2500’ 제품의 성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는 어려울수록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며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념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일궈온 그는 “(재단 지원을 통해) 새로운 과학자들이 나타나서 사람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면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이면 꿈도 현실이 된다”며 재단 설립으로 가치관을 현실화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지난 7월 11일 개최된 창립총회를 통해 재단 명칭 확정 및 설립 취지 발표, 이사회 구성 등이 진행됐다. 지난달 4일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공익법인으로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재단은 전문성 및 공정성 기반의 사업 운영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로 과학자문단과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재단이사에는 김병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오병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서경배 회장은 빌게이츠, 록펠러 재단 등을 빗대어 “제 이름을 내걸어 보다 운영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무엇보다 서경배 과학재단의 지원은 기술공학이 아닌 기초과학을 대상으로 해 직접적으로 회사 수익과 별개이며, 평균 3~5년 단위의 중단기적인 회사 제품 연구와도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서 회장은 “빠르게 날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높이 날아 멀리 보아야 한다. 거대한 기러기 편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같은 고민을 해가면서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건너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훌륭한 사회와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