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젝스키스의 콘서트 취재를 가는 길. 마천행 5호선 열차 안 노란색 배기팬츠를 입은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옆자리에는 노란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또 다른 여성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역에서 내렸고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 노란색 패션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한 데 엉켜 모였다. ‘노랭이’들이었다.
젝스키스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 ‘옐로우노트(Yellow Note)’를 개최하고 2만 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이날 젝스키스는 ‘컴백(Come back)’, ‘로드 파이터(Road fighter)’, ‘사나이 가는 길’을 시작으로 약 20여 곡의 무대를 선사하며 150분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
16년 만의 콘서트.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교복 입은 소녀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간혹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엄마들도 보였다. 플랜카드를 만들던 고사리 손에는 각종 굿즈가 들려 있었고 거치적거리던 풍선 대신 작고 예쁜 야광 응원봉을 흔들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20여 년 전 즐겨듣던 노래들은 문신처럼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연기임을 알면서도 여배우 ‘오빠’들의 데이트 장면에서는 여전히 “안 돼”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프닝부터 땀구멍이 오픈된다”면서도 관절이 꺾어져라 춤을 추는 젝스키스의 모습도 16년 전 그 때와 변함없었다. 아 참, 이재진의 복근은 16년 전보다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의 유닛 무대는 새로운 볼거리를 더했다. 은지원과 김재덕, 이재진은 각각 ‘8톤 트럭’, ‘더블 제이(Double J)’, ‘A+ 그대로 멈춰라’로 카리스마를 뽐냈고, 장수원과 강성훈은 ‘세이(Say)’, ‘서든리(Suddenly)’, ‘마이걸(My girl)’을 들려주며 팬들의 감성을 적셨다.
이날 젝스키스는 ”시작부터 마지막 공연임이 아쉽다. 벌써 다음 공연이 기다려진다“고 말해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감기 기운이 있다던 장수원은 ”어제 오프닝을 하고 나서 모든 침샘이 다 갈라지고 혓바닥이 갈라져서 힘들었다. 요령이 필요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의 함성이 대단해서 오늘도 (혓바닥이) 갈라질 것 같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평범한 노래 가사도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발라드곡 ‘너를 보내며’는 16년 전 눈물의 해체를 떠오르게 했고 ‘사랑하는 너에게’는 다시 만난 젝스키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랑 너와 함께 시작되는 거야. 네 곁에서 있어 줄 사람은 바로 나란 걸 알잖아.” 그리고 신곡 ‘세 단어’는 지금 이 순간의 젝스키스와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금 여기 우리 세 단어면 돼요”라는 가사는 젝스키스의 서사와 어우러져 더욱 진한 감동을 안겼다.
이재진은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연명 ‘옐로우 노트’에 대해 “팬들과 젝스키스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첫 페이지를 이날 콘서트가 아름답게 장식했다. 젝스키스의 시간은 다시 함께 흐른다. 지금 이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