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리드 화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회사는 분사라는 선택지를 여전히 남겨둘 것이긴하나 전체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사업 구조”라며 기존 계획을 철회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드 CEO는 지난 수년간 회사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자 분사를 고려해왔다. 특히 회사가 분사되면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도 두 개로 쪼개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주 환원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회사 분사 전망을 부추겼다. 화이자는 그간 분사 채비에 총 6억 달러를 투입했다. 앞서 월가에서는 화이자가 지난해 1500억 달러(약 166조원) 규모의 앨러간과의 합병이 체결되면 이러한 분사 계획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초 버락 오바마 정부가 합병된 회사의 본사가 미국보다 낮은 유럽으로 옮긴다는 점을 들어 세금 회피 의혹을 제기하면서 합병을 사실상 백지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분사하려던 두 사업부의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화이자가 분사에 회의적으로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신약 사업부의 매출이 시장의 전망을 웃돌게 된 것.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획기적 치료제’로 선정되는 등 일부 신약이 판매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그간 꾸준한 매출을 올렸던 구약품의 경우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분사 효과가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일련의 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면 화이자가 M&A와 신약 개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이자는 지난 8월 미국 바이오제약사 메디베이션을 140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이날 화이자 주가는 1.81% 하락한 33.64 달러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