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처리한 서울대학교 병원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102명은 9월 30일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의혹 해명을 촉구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의식을 찾지 못한 백씨는 317일 만인 지난달 25일 숨을 거뒀다.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백씨의 사망은 ‘병사’로 분류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진단서 등 작성 교부 지침에 따르면 백씨의 직접사인이 ‘심폐기능정지’라고 해도 선행사인인 ‘급성 경막하출혈’에 따라 ‘외인사’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과대 학생들은 “환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의 종류는 선행사인을 기준으로 선택하게 된다.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를 선택한다”며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으면 외상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국가고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버젓이 기재됐다”며 “이러한 오류는 의학적, 법적으로 명백한 고인의 사망을 모호하게 만들어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 있는 사체의 경우’에만 필요한 부검의 영장이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이유 삼아 청구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하며 “이토록 명백한 오류가 단순한 실수인지, 실수가 아니라면 어떤 이유에서 이런 논란이 빚어지게 됐는지 해명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백씨의 부검영장을 재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9월 28일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부검영장을 청구했다가 한 차례 기각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