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 변신하는 변호사] 법전보다 트랙맨 든 변호사들 ‘한국판 보라스’ 꿈꾼다

입력 2016-10-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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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조계에도 ‘스캇 보라스’와 같은 스포츠 에이전트가 나올 수 있을까. 변호사 출신인 보라스는 류현진, 추신수 선수 등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때 연봉 협상을 도왔다. 추신수는 보라스의 도움을 받아 2013년 12월 텍사스레인저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57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보라스는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법조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달 중에 내부 보고를 거치고 다음 달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문체부는 4대 프로 스포츠 종목(축구, 야구, 농구, 배구)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같은 외부기관에 에이전트 등록부터 관리를 모두 맡길 계획으로 보인다. 현재 프로 스포츠 중 축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은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변호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를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꽤 크다는 판단이다. 국내 프로야구만 봐도 2013년 기준 연매출은 3000억 원대이며, 선수 평균연봉은 1억여 원에 이른다. 서울변회는 이미 2013년과 2014년 연이어 심포지엄을 열어 에이전트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에이전트 제도 시행을 미루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당시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고윤기(41·사법연수원 39기) 서울변회 사업이사는 “에이전트가 계약을 하는 일이니 그런 면에서 변호사가 전문성이 있다”면서 “변호사 1인당 1명의 에이전트를 맡는 일본식이 아닌 (선수 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미국식이 된다면 선수 출신 변호사 등의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변호사 1인당 선수 1명만 허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선수 수에 구애받지 않고 에이전트 활동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스포츠에 관심 있던 개인 변호사들이 알음알음 에이전트 시장에 발을 들였다면 최근에는 대형 로펌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법무법인 충정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팀’을 만들어 축구, 야구 선수들과 접촉하고 있다. 현재 ‘트랙맨(Trackman)’을 독점 수입하는 ‘팀 애슬리트(Team Athlete)’와 제휴를 맺고 전국 구단에 설치를 추진 중이다. 트랙맨은 타구 스피드와 공의 회전수 등을 분석해 선수의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다. 법무법인 충정의 진한수(48·33기) 변호사는 “트랙맨을 통해 선수의 데이터베이스가 나오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선수와 구단을 대행할 수 있다”며 “미국처럼 트랙맨이 일반화되면 선수들의 권리 의식도 고양되고 프로 스포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에이전트는 선수 대신 연봉 협상이나 스폰서 계약 등을 한다. 변호사들은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이끌고 법적 분쟁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나승철(39·35기)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에이전트로 나서면 선수들의 권리 보호는 물론 계약서 작성이나 연봉 협상 시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변호사도 “계약서 검토 등은 비전문가가 할 수 없는 영역이고 일반 에이전트들도 외주를 준다”면서 “변호사 에이전트는 직접 계약을 하고 총체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변호사들이 에이전트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도 있다. 폐쇄적이고, 선수를 확보할 때 ‘연’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업계 특성상 변호사들이 시장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 변호사는 “선수와의 친분을 이용해서 고객만 확보하려고 하고 실제 케어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금전 관리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수수료에만 관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달영(48·34기) 법무법인 에이펙스 구성원 변호사도 “선수를 하나 입단시키려고 할 때 구단 측에서 술자리나 돈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유혹을 뿌리치면서 과연 구단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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