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1000억 역대최대 파업 손실…수출·내수 타격 신뢰도 추락까지 ‘후폭풍’ 거세
물론, 완전 타결까지는 14일 노조 조합원의 찬반 표결이라는 또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노조원 78% 반대로 부결됐던 1차 잠정합의안과 달리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은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노사는 이번 파업사태를 겪으며 깊은 내상을 입었다. 당장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4차례 파업이 진행되면서 사측 추산 14만2000여 대, 출고가 기준 3조10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초래했다. 여기에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부품협력 업체 348개사의 손실액도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금까지 수출 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는 7만8000여 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1억4000만 달러(약 1조28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목표(813만 대)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판매 추세라면 2013년 이후 3년 만에 판매가 80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현대차의 수출 부진은 우리 전체 수출 전선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현대차그룹은 우리 자동차 수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현 파업 여파로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이달 들어 10일까지 전체 자동차 수출은 1년 전보다 52% 감소했다. 10월 전체 수출도 18% 줄었다.
현대차 파업 여파는 세계 3대 자동차 수출국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올해 1~8월 한국의 누적 자동차 수출은 169만2906대로 전년 동기(197만8551대)보다 14.4% 감소했다. 멕시코의 같은 기간 누적 자동차 수출은 181만5566대로 전년 동기(186만6637대)보다 2.7% 줄었지만, 한국보다 12만2660대 많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멕시코보다 적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던 신형 그랜저(코드명 IG) 출시가 파업 여파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당초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던 그랜저IG를 내수 부진 극복을 위해 연내 출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 출시할 예정이던 신형 그랜저는 남양연구소 파일럿 생산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시험 생산 일정이 미뤄지면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며 “조업이 정상화되더라도 현재 상황에선 공정이 불안정한 상태라 시험 생산 시기를 전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