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여 만에 오너일가의 구성원이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이며, 이 부회장에게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25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2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 5층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많은 주주가 동의 의사를 밝혀 원안대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 박수로써 의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찬성 의견을 권고했으며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측에 회사분할과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주총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이날 안건 심의에 앞서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기존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 그리고 이 부회장으로 새롭게 사내이사진을 구성하게 된다.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은 사내이사직을 사임했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주총 소집과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등 중대 사항을 결정하게 되며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도 지게 된다. 오너일가가 직접 법적 책임경영을 맡으면서, 삼성전자의 대내외 이미지가 높아지고 고객들로부터 보다 강력한 신뢰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전략담당 상무,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ㆍ부사장ㆍ사장을 거쳐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2004~2008년 삼성과 소니의 합작법인 S-LCD 등기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 삼성생명공익재단ㆍ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피아트 지주사인 엑소르(EXOR) S.p.A 사외이사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첫 상견례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