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샛별 기업금융부 기자
KDB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의 발언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지난달 31일 나란히 발표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혁신안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혁신안은 지난 6월 두 은행이 1차 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재차 손을 본 사실상 ‘완안’이다. 당초 9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의견 교류와 조율 등을 이유로 한 달 이상 발표를 미뤄왔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이번 혁신안은 보잘것없다. 6월 혁신안과 다를 바 없어 ‘닮은꼴 혁신안’, ‘재탕 혁신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두 은행이 혁신안을 내놓게 된 계기를 거슬러 가보면 그 처음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놓여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사태가 터지면서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한 4.2조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수은 현물출자와 함께 대규모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했다. 그러고는 국책은행에 자구노력을 종용해 지금의 혁신안이 마련됐다.
애당초 혁신의 주체는 산은과 수은을 포함한 정부다.
이번 혁신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빠졌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을 포함한 일련의 사태는 비단 산은과 수은만의 문제가 아니다. ‘너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의 뒷짐 지는 정부의 행동은 무책임하다.
그러다 보니 산은과 수은으로서는 무작정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로 이어지는 예산 쥐어짜기 식의 ‘무늬만 혁신’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혁신은 숫자 놀이가 아니다. 지점을 몇 개 줄이고, 각종 위원회를 몇 개 더 설치하는 게 혁신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혁신(革新)은 가죽(革)을 벗겨 새롭게(新) 할 만큼의 고통을 수반한다. 고통 없는 혁신은 없다. 정부의 고통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