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돌파 시도에 ‘하야 카드’ 꺼내 든 야당… 김병준 내정자 총리 인준 첫 번째 관문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2선으로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 3당이 그간 산발적으로만 거론했던 ‘대통령 탄핵’을 추후 논의키로 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최순실 사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단행한 11·2 개각은 애초 ‘책임 총리제’ 구현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지만,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를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추천하는 등 총리의 임명제청권을 보장한 모양새를 취했다.
김 총리 내정자 인물 자체에 대해선 야당에서도 큰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 장관을 지낸 사실상의 야권 인사다. 국민의당도 그가 총리로 지명되기 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거국내각을 주장해 온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협의 없이 총리를 지명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많다.
새누리당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아직도 시국이 얼마나 엄중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개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또 한 번 깊이 절망했고,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 못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야 3당 원내대표는 개각 철회와 인사청문회 불가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대통령 하야와 탄핵소추까지 논의키로 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새누리당 129석,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무소속 6석, 정의당 6석이다. 여야로만 나눠보면 129대 171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 야당의 힘만으로는 어렵지만,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 일부가 가세하면 불가한 것도 아니다.
더민주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비박계 의원이 50명을 훨씬 넘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가 동조한다면 탄핵을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철회하고 모든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야권의 반발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은 결국 국정 전면에서 2선으로 한 발짝 물러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등 외치를 담당하고, 김 총리 내정자는 내치를 담당하는 일종의 ‘이원집정부제’라는 정치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향후 있을 추가 개각도 김 총리 내정자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총리 내정자는 총리 지명 전 이런 내용의 주장을 해왔고,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야 3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을 국회로 이양할 것을 주장해왔고, 안 전 대표는 외교권까지 내려놓을 것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