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김태순의 바이오 읽기②] "최순실 국정농단 따른 혼란에도 정밀의료 정책 흔들리지 말아야"
현재 의사들은 환자 코호트 데이터 바탕으로(Cohort-based) 연구를 하면서 검증된 임상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의료행위(Evidence-based Medicine)를 한다. 임상 연구로 검증되지 않은 약물 처방 등의 치료 행위에 보험사들이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럼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미래 의학은 핵심은 개개인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타고난 유전자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부모에게 받은 타고난 체질(유전자)에 개인의 식사, 운동, 수면 등의 생체계측을 더한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의사는 환자의 건강상태나 질병의 위험도 등을 예측해 처방한다. 빅데이터를 알고리즘 바탕(Algorithm-based)으로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시대인 것이다.
이 시대에는 얼마나 정형화된 빅데이터를 임상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이 확보하는지, 빅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해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바이오 산업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바이오 최강국인 미국의 정밀의학 산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2007년 구글(Google)과 항체 신약분야 세계적 제약사인 제넨텍(Genentech)은 390만불을 유전자 분석 기업인 23&Me에 투자했다. 이 기업은 각종 규제 이슈에도 불구하고 2012년 5000만불, 2015년 1억1500만불을 성공적으로 추가 투자 받아 유전체 빅데이터 기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올해 4월 22일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최초 휴먼지놈 프로젝트 30억 염기서열 주인공인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가 만든 휴먼롱제비티(Human Longevity Inc.)에 200만명 유전자 시퀀싱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에 따른 비용으로 수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만 유전체 정보와 건강기록을 연계해 질병과 관련된 희귀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치료제 개발을 하고 유전체 데이터와 건강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 새로운 바이오 산업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상장도 하지 않았고 크게 매출도 없는 휴먼롱제비티의 기업 가치는 2조 2천억원에 이르는데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플렛폼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난 9월 21일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와 부인인 소아과 의사 프리실라 챈(Dr. Priscilla Chan)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00년까지 모든 질병의 치료·예방 또는 관리 목표로 10년간 30억 달러(약 3조 3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부분은 주커버그 부인인 프리실라 챈이 이 발표 후에 바로 아스트라제네카에 임원으로 채용됐다는 점이다. 컬럼비아 대학 유전체 연구소 및 아스트라제니카 고문으로 있었던 데이비드 골드스테인(David Goldstein) 교수도 임원으로 합류했다. 과거 연구중심으로 봤던 유전체 분야가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또하나의 증거다.
미국 뿐이 아니다. 대다수가 유전체 관련 기업 중에서는 일루미나(Illumina)가 가장 큰 규모라 여기겠지만 실제로는 일루미나의 유전검사 장비를 가장 많이 수입해 분석에 사용하는 중국의 BGI(Beijing Genomics Institution)다.
중국 정부도 정밀의료시대에 부응해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2015년 2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19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국가정밀의료전략전문가위원회'가 구성돼 2030년까지 정밀의료 분야에 600억 위안(약 10조 152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달 뒤인 2015년 4월 중국 과기부는 주요 부처와 공동으로 정밀의료연구 계획 제정사업에 본격 착수했고 2016년 3월 정밀의료연구 중점 전문프로젝트(2016~2020년)에 돌입했다.
미국의 의료자원은 분산돼 수천개 의료기관 간의 정보공유 및 보급이 쉽지 않지만, 중국은 의료자원이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고, 암 분야의 경우만 보더라도 자국 내 최고 수준의 300여개 병원에 70%의 암환자가 집결돼 있어 정밀의료 데이터 공유 면에서는 오히려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렇게 중국은 글로벌 리더인 미국을 따라잡고 넘어서기 위해 막강한 정부 정책 추진력과 높은 의료자원으로 차세대 의료 산업인 정밀의료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도 개인 맞춤의료를 실현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8월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 전략회의에서 '10만명 유전정보 바탕 정밀의료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선정돼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후 정부는 정밀의료 R&D에 4천억 투자하고 해당 프로젝트 추진을 구체화하고 전문가를 양성해 특성화 대학원을 설립한다고 발표해 정밀의료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국내 연구 수준도 선진국에 근접해 있다. 지난달 6일 마크로젠 연구팀은 가장 정밀한 한국인 게놈 지도를 완성해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다. 한국 유전자 검사 기술에 대한 능력을 전세계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헌정사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차세대 중요한 정밀의료 정책들이 방향은 어디로 갈 지 매우 걱정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중요한 정책들은 아무 탈없이 잘 진행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태순 (현)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 사장
(전)한국MSD 의학부 이사
인하의대 졸, The University of Sydney 석사, 서울의대 박사과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