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 업계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책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선 트럼프가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일부 공약들이 전자ㆍIT 업계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35% 정도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한국 가전업체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생산공장에서 TV 등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관세율이 높아질 경우 수익성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북미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삼성전자의 미주 지역 매출액 비중은 2014년 31.5%, 2015년 31.4%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도 32.6%에 이르렀다.
LG전자 역시 전체 지역 매출액 중 미주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25.1%, 2015년 29%에 달한다. 올 상반기 북미 지역 매출액 역시 7조9758억원으로 주요 지역 매출액 중 29.1%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생산, 수입되는 제품에 45%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량의 대부분을 대만 홍하이그룹의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공급받는다. 이 경우 아이폰의 생산원가가 대폭 상승해 자국 업체인 애플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다시 국내 전자 부품 업체로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의 전자 계열사들은 아이폰에 반도체와 기판, 액정패널과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이 관세를 부담하거나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한다면 자연히 원가부담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 업체를 더 거세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은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에 생산시설을 크게 의존하는 애플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계열사까지 한국 부품업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갑자기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분하게 대응하며, 기술력을 높이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