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포’가 우리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폭락했고, 환율은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보다 충격의 강도가 크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5포인트(-2.25%) 하락한 1958.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리란 예상이 무너지면서 급락했다. 장중 1931.07까지 곤두박질치며 6%대 폭락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하락한 599.7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장중 581.64까지 밀리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반영하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200)는 전날보다 2.74포인트(16.59%) 상승한 19.26을 기록했다. V-KOSPI200은 한때 23.24까지 급등해 브렉시트 투표날인 지난 6월24일의 22.53(종가 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저점은 단기간 내 마련되겠지만 그후 브렉시트 때처럼 ‘V자형 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패닉 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143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선물시장에서는 6335억원을 팔아 치웠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5원 오른 1149.5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20원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환율 변동 폭은 28.6원으로 6월24일(33.2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셀코리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너무 큰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면서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것이란 예측 속에 방산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빅텍은 가격제한폭까지 뛰었으며, 스페코와 퍼스텍은 각각 23.05%, 19.34% 상승 마감했다. 한화테크윈(4.19%), LIG넥스원(5.56%)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힐러리 수혜주로 꼽히는 인디에프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힐러리의 신재생에너지 강화 공약에 최근 상승세를 타던 동국S&C(-25.56%)과 OCI(15.96%), 신성솔라에너지(-14.49%), 한화케미칼(-12.14%) 등 에너지관련주도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