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통신] “러브 스토리는 남녀의 기나긴 대화”- 신작 ‘사랑이 이끄는 대로’ 발표한 노감독 클로드 를루슈

입력 2016-11-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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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노장 감독 클로드 를루슈는 올해 79세. 한국에서도 크게 히트한 영화 ‘남과 여’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이번에 ‘사랑이 이끄는 대로(Un+Une)’라는 영화를 내놓았다.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줄리엣과 로미오’의 영화음악을 작곡하려고 인도에 간 프랑스 작곡가 앙트완(마크 뒤자르당)과 인도 주재 프랑스대사(크리스토퍼 램버트)의 부인 안나(엘사 질버스타인)의 사랑을 코믹 터치로 로맨틱하게 그린 작품이다.

앙트완은 이미 약혼녀가 있는 사람. 이 남녀의 사랑을 통해서 를루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를 최근 LA의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본부에서 인터뷰하며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를루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조용하고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했는데 ‘사랑’에 대해 무척 강조했다. 철학이 있는 예술가의 깊이가 느껴지는 감동적 인터뷰였다. 그는 영어가 서툴러 안나 역을 맡은 질버스타인이 통역을 했다.

각기 남성 부정관사와 여성 부정관사를 뜻하는 프랑스어 제목(‘Un + Une’)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를루슈가 50년 전에 연출한 사랑의 명화 ‘남과 여’(A Man and a Woman, 1966)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 역시 ‘남과 여’의 음악을 작곡한 프란시스 레이(84·‘러브 스토리’의 음악도 작곡)가 맡았다.

▲79세의 노익장 클로드 를루슈 감독.

△영화 제목이 남성과 여성을 나타내는 부정관사로, 50년 전에 만든 ‘남과 여’를 연상시키는데 왜 이런 제목을 달았는가.

“난 그 영화 이후 50년간에 걸친 남녀관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50년간 가장 큰 변화를 본 것이 남녀관계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우월했지만 지금은 여자들이 매우 강해졌다. 난 이런 변화를 실제로 개인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다. 다섯 명의 다른 여자로부터 7명의 아이들을 보았으니 말이다. 내게 있어 여자들은 나보다 월등한 존재다. 이 영화는 내 개인적 얘기인 셈이다.”

△‘남과 여’의 음악을 작곡한 프란시스 레이가 이 영화 음악도 작곡했는데 그와 특별한 관계라도 있는지.

“어떤 면에서 그는 또 다른 나다. 내가 이미지를 만들 듯이 그는 음악을 짓는다. 그동안 우린 함께 35편의 영화에서 일했다. 이 영화는 음악에 대한 오마주이자 프란시스 레이에 대한 오마주이다.”

△50년간 남녀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는가.

“그동안 남녀 간의 문제는 엄청나게 변해 이젠 남자들이 여자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남녀관계가 쉽지가 않다. 여전히 서로 매력은 느낄지 몰라도 상호 신뢰는 사라졌다. 그들은 과거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 큰 잘못은 남자에게 있다. 나 자신도 죄의식을 느낀다.”

△이제 젊었을 때보다 여자를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

“난 결코 여자를 무서워한 적이 없다. 난 여자를 날이면 날마다 더욱더 사랑한다. 좌우간 내가 여자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가를 이해하는 데 평생이 걸렸다. 이 영화는 여자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여자들에게 무엇을 배웠는가.

“난 내가 관계한 여자들로부터 늘 배운다. 전에는 여자들이 매번 날 다른 여자들에게로 안내하는 일을 했는데 이제 바른 여자를 찾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인해 러브 스토리가 매우 변질되고 있다. 그것으로 사람 찾기가 쉬워졌는지 몰라도 갈수록 올바른 사람 찾기가 더욱 힘들다.”

△왜 무대를 인도로 정했는가.

“그동안 친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나의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이 인도를 그리기에 아주 적합하다며 인도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나도 인도 사람들처럼 죽음을 결코 믿지 않는다. 인도는 영원의 나라다. 난 그 점을 다루고 싶었다. 그들은 고통을 겪어야 배운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삶에서 가장 좋은 학교는 고통이다. 모든 삶은 다음 삶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는 인도가 마음에 든다.”

▲안나(왼쪽)와 앙트완은 인도에서 함께 여행을 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러브 스토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두 사람 간의 긴 대화다. 둘이 얘기를 나누는 것이 사랑이며 침묵은 러브 스토리의 끝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계속해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우디 앨런을 좋아한다.”

△감독과 음악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음악은 우리의 무의식을 향해 얘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과 다룰 수 없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내게 음악은 신의 음성이다. 어떤 의미에서 음악은 영원을 뜻한다. 나는 의기소침해지거나 기분이 상할 때면 음악을 듣는다. 그것이 내 첫 번째 약이다. 난 영화를 찍기 전에 음악부터 작곡하고 배우들에게도 그것을 듣게 한다. ‘남과 여’를 찍을 때도 세트에 음악을 보내 배우들이 걷고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을 듣도록 했다. 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말하는 하나의 인물로 쓰기 때문에 영화를 찍기 전에 음악부터 녹음한다.”

△그러면 프란시스 레이는 각본에 따라 작곡을 하는가.

“내가 영화 내용을 맨 먼저 얘기해주는 사람이 레이다. 그리고 그에게 나의 얘기를 음악으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우린 함께 주제에 관해 일한다. 우린 다른 방법으로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늘 사랑에 빠지기를 원하는가.

“그때가 바로 자신보다 남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때이기 때문이다. 우린 자신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남을 사랑하게 되면 보다 관대해진다. 사랑이란 연약하고 복잡한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이다. 그것이 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난 결혼은 사랑의 완전범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예술가가 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다. 영화인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정열적인 사람은 좋은 아버지가 되기 힘들다. 정열은 다른 것과 공유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난 아이들보다 내 작품을 더 소중히 여겼다. 특히 배우란 대중에게 자신의 생애를 바치는 사람들로, 대중이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다. 따라서 그들은 개인적으로 행복하기가 힘들다. 내가 이제껏 만난 슈퍼스타 중 유일하게 행복한 사람은 장 폴 벨몽도다. 그는 아이로 머물러 살고 있는데, 아이로 머물러 있으면 개인적 행복을 누릴 수 있으나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미국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어렸을 때부터 미국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다. 난 미국에서 살 수는 없으나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블록버스터들은 보고 있기가 쉽지 않다. 영화란 인물과 성격에 관한 것인데 미국 영화보다는 유럽 영화들이 이런 걸 지키고 있다. 물론 우디 앨런, 마틴 스코르세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등은 다르다.”

△이 영화는 매우 영적인데 감독도 영적인 사람인가.

“그럴 수 있다. 나는 모든 종교를 존경한다. 그것은 슬프거나 방황하는 영혼을 지닌 사람들, 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나도 영적인 순간을 느낄 때가 있다.”

블로그:hjpark1230.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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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 프란시스 레이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1966년 작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의 음악은 출연자 중 한 사람인 피에르 바루가 주제가 가사를 쓰고 프란시스 레이가 작곡했다. 주연은 아누크 에메, 장 루이 트랭티냥.

1932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난 프란시스 레이는 어려서부터 아코디언을 잘 다뤘고, 10대 시절에 댄스 밴드에 참가했다. 니스 음악원에서 클래식 음악을 배운 뒤 여성 샹송가수 클로드 고아티의 반주자가 됐다. 1955년 파리에 진출한 뒤에는 샹송을 작곡했는데, 1963년 4월 에디트 피아프의 마지막 녹음 ‘L’homme De Berlin’도 그의 작품이다.

이후 레이는 여성감독 나딘 트랭티냥(장 루이 트랭티냥의 아내)의 단편 영화에 음악을 작곡하면서 영화음악에 발을 들여놓았다. ‘남과 여’로 이 방면의 최고가 된 그는 ‘파리의 해후’(1967), ‘개인 교수’(1968), ‘사랑과 죽음과’(1969), ‘러브 스토리’(1970) 등으로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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