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납품 대금을 받으려면 모기업이 적절한 피해 보상을 받고 개성공단도 재가동 돼야 한다.”
조순경 에이스종합상사 대표는 “10년 넘게 거래한 삼덕통상이 살아야 우리도 윈윈하는 것”이라며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개성공단 폐쇄결정 규탄 및 피해보상 촉구 집회’에 참여한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대표는 삼덕을 ‘모기업’이라고 불렀다. 에이스종합상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던 삼덕에 공구와 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기업이다.
“월 2000만~3000만 원씩 10년 넘게 삼덕에 공급해왔다”며 조 대표는 11일 수화기 너머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2월분부터 현재까지 납품 대금 1억3000만 원을 못 받았다”며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공단 폐쇄 이전에 조 대표는 아들을 포함해 4명의 종업원과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대금 결제가 밀리자 종업원 한 사람과 아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두 사람만 남아 조업을 계속하는 상태다. 주요 납품 라인이 끊기자 7000만~1억 원 정도였던 매출은 반토막 났다.
에이스상사와 같은 협력기업들이 입주기업들의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집회에 함께한 것은 입주기업들이 보상을 제대로 받아야 협력기업들도 대금 결제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갑작스런 폐쇄로 입은 피해규모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들의 생각의 차이가 컸다. 기업들이 집계한 피해 규모는 1조5000억 원인 반면 정부가 인정한 금액은 7779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정부는 5000억 원 정도의 보상밖에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공급하는 5000여 개 협력기업들의 피해 규모는 정부에 의해 집계된 적도, 보상이 시도된 적도 없다. 입주기업들의 대금 결제가 계속 연기될수록 협력기업들의 자금난도 심화되고 있다.
삼덕의 또 다른 협력 업체 ‘동우포장’의 이영우 대표는 “삼덕이 돈을 안 준다”며 “억울하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또 “대우해양 조선 같은 곳에도 4조5000억 원에 추가 2조8000억 원이 투입됐다고 들었다”며 “그런 곳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 정부가 인정한 개성공단 피해액 3000억 원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말이 없냐”고 울분을 토했다.
동우포장은 5월 이후로 결재대금을 일부만 받고 있으며 총 6000만 원 정도의 피해를 봤다고 했다. 지금은 직원들의 연차를 단축해서 인정하고 상여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금난에 대응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각 입주기업이 정부 지원금 얼마만큼 받아갔는지에 대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의 공개가 없어 기업들이 지원금 못받았다고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며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 우리 같은 협력기업들이 조직이 있나 뭐가 있나”며 털어놨다.
조 대표도 “삼덕에선 정부에서 보상이 나와야 결제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며 “신문에서는 정부가 보상을 해주었다고 하고 삼덕에선 한 푼도 받은 적 없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 알고 싶다”고 성토했다. 정부 보상은 투자자산과 유동자산에 대해서만 주로 이뤄지는데 그나마 유동자산에 대해서는 피해규모가 50억 원이건 100억 원이건 보상은 22억 원을 상한선으로 정해 이뤄졌다. 정부지원금은 입주기업들이 채무를 갚기에도 부족한 규모다 보니,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는 후순위로 미뤄지고 도산 위기에 처한 곳도 나오는 것이다.
실제 입주기업과 협력사 사이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지만 조 대표는 “10년 넘게 거래해온 삼덕에 법적 대응을 처하는 것은 마지막 고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요즘엔 삼덕의 협력기업들이 모여있는 사상 공단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많이 호소하고 다닌다”고 했다. 이영우 대표도 모기업에 대한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십수 년 간 동반자로 협력해온 모기업이 문을 닫으면 우리도 따라 닫는다”며 “국회에서 내년도 보상 예산이 증액이 안 되면 특별법 만들어서라도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협력사들이 10일 낸 성명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기업과 관련된 협력업체는 약 5000여 개에 달하며 십 만여 명의 근로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