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야 산다… 장기 불황에 ‘각자도생’ 나선 현대중공업

입력 2016-11-16 11:20수정 2016-11-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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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사로 분사 순차입금 5조원 각 사별로 분배… 노조반발 예상 인력감축 숙제

현대중공업이 창립 44년 만에 회사를 6개의 독립 법인으로 분할한다. 조선산업 경기 침체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버티기 위한 체질 강화 차원의 선제적 조치다. 덩치를 줄이고, 사업별 독립회사 경영체제로 전환, 회사별로 ‘각자도생’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키포인트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ㆍ해양ㆍ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분할기일은 내년 4월 1일이다.

◇분사 이유는… 생존 해법 만들기 = 현대중공업이 밝힌 분사의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이다. 현대중공업은 그간 희망퇴직과 설비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불황형 흑자를 이어왔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예상 매출은 20조 원 내외로 지난해(약 25조 원)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 내년에는 14조~15조 원 규모로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사실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가동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더 큰 문제는 올 들어 선박 수주 가뭄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2013년 273억 달러(약 31조9400억 원)에 달했던 수주 물량은 2년 뒤인 지난해 145억 달러(약 16조9700억 원)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누적 수주액이 54억 달러(약 6조3200억 원)에 불과해 연간 목표치 131억 달러(약 15조3300억 원)의 4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가 11개로 정상적으로 경영이 유지되려면 연간 최소 80척의 건조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건조 중인 배는 10여 척에 불과하다.

이처럼 주력사업인 조선사업 부문이 더 이상 ‘화수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만큼, 각자도생이 아니고서는 난국을 헤쳐가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이에 6개 독립회사 중 규모가 큰 조선ㆍ해양ㆍ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은 4개의 회사 사업분할 방식으로 분사한다. 이 4개사는 모두 현대중공업과 동등한 위치가 된다. 다만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와 서비스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독립해 자회사가 된다.

◇부채 비율 줄였지만… 노조 갈등도 우려 =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안이 실행되면 7조 원이 넘는 차입금이 여러 회사로 나눠져, 재무개선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7조3000억 원으로 현금성자산을 고려한 순차입금은 5조 원으로 추산된다. 차입금을 각 사별로 분배하면 조선ㆍ해양ㆍ엔진 부문 독립법인의 순차입금은 2조1000억 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6개 독립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인력 감축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또 기존 임직원이 받던 연봉 체계와 복지 혜택도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노동조합의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추가 자구계획이 확정된 지난 6월부터 파업 등을 실시하며 분사에 반대해 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분사가 차후 지주사 전환과 지배구조 정리를 위한 사전 정리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향후 로봇이나 분사 법인 중 한 곳을 핵심 계열사 겸 사업 지주사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일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된다면 현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차후 경영권 승계까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전무는 지난 2013년 회사에 복귀해 선박해양영업 부문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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