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유럽을 순방 중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연설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 아테네 니아코스 재단에서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자신은 “더는 다를 수 없을 만큼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매끄러운 정권 이양을 위해 최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그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한 지도자 선출을 민주주의의 가치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나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한 개인보다 더 큰 것이기에 퇴임하는 대통령은 새로운 대통령을 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이 시사하는 바도 설명했다. 이민정책을 제한하자고 주장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후보가 당선된 것은 세계화에 대한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화를 물리고 싶은 충동은 이해할 만 하지만 우리는 퇴행보다 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고립주의의 위험을 경고했다. 또한 오바마는 “불평등을 줄이면 사람들은 서로 덜 공격할 것이고,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덜 이끌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난민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한 오바마는 “그리스인들이 수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세계인을 감동시켰다”며 “그리스 홀로 난민 문제를 떠안을 수 없기 때문에 유럽과 전 세계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 100만 명 중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온 난민은 80만 명 이상이다.
전날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오바마는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나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오바마는 “강력한 나토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힐러리 클린턴과는 달리 나토를 뒤떨어진 기구로 혹평한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에 오바마는 유럽의 동맹국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볼지는 불투명하다. NATO 동맹을 포함한 기후 변화 대응과 이란과의 핵 합의 등 주요 정책이 트럼프에 의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퇴임을 앞둔 오바마의 말에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지도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