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60) 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김종(55) 전 문화체육부 차관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우선 삼성 측으로부터 16억여 원의 후원을 강요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7일 오후 김 전 차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차관의 구속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21일 오전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최 씨의 조카 장시호(37) 씨 측에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삼성 측에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지난해 6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해 삼성 측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지난해 이 법인에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영장 청구단계에서 혐의사실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문체부 2차관에 발탁됐다. 이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운영 과정에서 직무 상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최 씨와 최 씨의 측근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설립된 미르재단과 올해 1월 12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은 신청 하루만에 허가가 났고, 담당 공무원이 서울로 출장을 와 서류를 가져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출신의 김 전 차관은 최 씨와의 친분으로 공직에 발탁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김 전 차관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차관이 시설 공사 입찰 과정에서 최 씨의 회사 더블루K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관여했는데도 조 회장이 이에 따르지 않아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