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고질적인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대출 문제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부실대출 문제의 진원지로 이탈리아를 지목했다. ECB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유로존 은행의 전체 부실대출 9900억 유로(약 1229조5000억원) 중 약 3분의 1을 이탈리아 시중은행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탈리아 시중 14개 대형은행의 부실대출 및 부실채권, 기타 상환되지 않은 부외거래 등의 규모는 2860억 유로에 달한다. 이는 이탈리아 시중은행이 내준 대출 10건 중 1건 이상이 부실대출이라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부실대출 문제는 오래전부터 유로존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부실대출이 급증했고 여기에 추가로 내줬던 대출이 경기 악화 여파에 상환되지 않으면서 부실대출이 눈덩이처럼 쌓이게 됐다. 반면 이탈리아 은행권이 보유한 대손충당금은 이들이 떠안은 전체 부실대출 규모의 44.6%에 불과하다. 즉 보유한 자산 규모가 부실대출에 절반도 안된다는 뜻이다.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부실대출 문제는 이탈리아 신규대출을 막는 것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는 물론 키프로스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부실대출 문제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과 시장의 격동시기에 맞물려 중대 위기로 꼽히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2월 4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이탈리아 현지 은행 8곳이 파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개헌 국민투표는 상원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에 찬반을 묻는 투표다.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해 이들 시중은행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ECB는 국민투표 결과로 이탈리아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할 경우 일시적으로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