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하 LG생명과학 박사 "당뇨병 치료제 개발도중 발견한 우연한 횡재"..심근경색 환자 대상 2상 진행중
LG생명과학 세포보호제 TF를 총괄하는 김순하 박사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NecroX 연구를 통해 이 물질의 다양한 기능성과 확장성은 매우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2006년 김 박사는 미지의 메커니즘을 가진 물질을 발견했다. 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과정에서 찾은 이 물질은 간세포를 보호하는 능력과 미토콘드리아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세포의 괴사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어진 여러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에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LG생명과학은 2009년부터 이를 “NecroX-TM” 이라는 이름의 연구용 시판 제품으로 만들어 출시했다. 외부의 많은 연구진이 제품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무려 27편에 달하는 연구 논문이 국내외 유수의 학술지에 게재됐다. 최근에는 유명 종양학술지 ‘Oncotarget’에 NecroX가 T세포 괴사를 차단함으로써 항암효과를 가진다는 해외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NecroX program’을 총괄 지휘한 김 박사는 “연구용 제품으로 판매하면서 NecroX가 지닌 다양한 기능과 신규 작용기전에 관심을 지닌 많은 연구진들이 다양한 질환에서의 효능과 그 작용기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실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세포사멸 기전과 NecroX가 가진 특별함
NecroX는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물질은 세포 괴사(necrosis)를 강력하게 차단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체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포가 죽음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은 크게 3가지 형태의 세포 사멸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첫째는 세포가 가진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해 발생하는 세포 자멸 또는 자연사(Apoptosis)이다. 이러한 형태의 예정된 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는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조직의 기능 보존에 필요한 생리적인 자살 기전이다. 세포 자멸은 바이러스 감염 등의 병리적인 환경에서도 유도되지만 기본적으로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체내 방어기전으로,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2002년에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두번째로는 자가 포식(Autophagy)가 있다. 2016년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으로 최근에 여론의 주목을 받는 이 기전은 세포 내의 비정상적인 단백질 혹은 세포 소기관을 분해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리모델링하여 세포의 기능을 정상화한다.
마지막으로 괴사(Necrosis)는 외상 등의 외부의 물리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세포가 죽는 기전으로 사고사로 주로 비유된다. 괴사가 일어나면 핵의 축소, 미토콘드리아의 팽창(swelling), 세포 소기관의 파괴와 리보솜 및 리소좀의 융해가 발생하며 팽창으로 인해 세포막이 붕괴되고 궁극적으로 결국 세포 내 물질의 세포 밖으로의 유출이 발생한다.
이 유출된 세포 내용물로 인해 주변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괴사성 염증(Necrotic inflammation)이라고 한다. 그 동안 병리적 상태에서 관찰되는 세포 자멸을 막기 위한 기전의 치료제에 대한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뤄졌지만, 병리적 환경에서 주로 발생하는 괴사는 빠른 진행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신호 경로 및 분자 기전이 전혀 밝혀지지 않아 이를 제어하는 치료제 개발이 매우 어려웠다.
이런 배경 속에서 LG생명과학은 NecroX를 통해 세계 최초의 괴사 억제제(Necrosis inhibitor)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급성심근경색을 타깃으로 하는 전임상 동물시험에서 그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였고, 현재 심근 경색 환자에 대한 임상 2상이 진행 중에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과 활성산소
NecroX는 불필요하게 생성된 과량의 활성산소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몸은 산소와 영양소를 이용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한다.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반응을 통해 에너지인 ATP가 생성되는데 이 과정 중에 생겨나는 부산물 중 큰 반응성을 가진 산소를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라 한다. 세포 내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의 약 97%는 이러한 산화 인산화 과정에서의 부산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주로 생성된다고 할 수 있다.
활성산소의 농도는 체내 방어기전에 의해 유기적으로 조절되는데, 수용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과잉상태가 되면 세포 내 단백질, 지질, 그리고 핵산 등과 결합해 변형을 일으켜 세포의 사멸이나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조직 병변을 유도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또한 증가된 활성산소는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여러 인자들의 분비를 촉진해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
활성 산소의 과잉 축적, 외부적 스트레스로 인한 칼슘 농도의 상승 등의 요인은 미토콘드리아 외막에 존재하는 전압-의존성 이온채널과 내막의 다양한 분자들이 결합해서 물질 투과가 가능한 통로 즉, 미토콘드리아 막투과 전이공(Mitochondrial Permeability Transition Pore; MPTP)의 형성을 촉진한다. 이 열린 통로를 통해 세포 내외의 물질들이 이동하게 되는데, 특히 미토콘드리아 내로의 물(water)의 유입은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의 팽창(swelling)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수행하던 에너지 생산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한 에너지의 고갈과 불균형은 세포 항상성의 파괴를 초래하여 세포막이 붕괴되고, 이때 세포 내의 물질이 밖으로 방출되는 괴사(necrosis)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양한 표지 마커를 이용한 여러 세포 실험을 통하여 NecroX가 활성산소의 축적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어떠한 효소의 추가적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다. NecroX는 미토콘드리아 기질 내의 활성산소가 축적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앞서 설명한 미토콘드리아 막투과 전이공(mPTP)의 형성과 개방 및 칼슘 축적을 제어하여 세포의 괴사를 억제한다. 또한 NecroX는 이러한 세포의 괴사를 억제하는 기능 외에도, 증가된 활성산소가 매개하는 면역 세포에 의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는 두 가지 기능을 지닌 이상적인 항염제이다.
◇허혈/재관류 질환 치료제로 임상 진행
NecroX는 우연히 발견된 물질이라서 개발 과정도 흥미롭다. 타깃 질환을 정하고 그 기전에 맞는 물질을 개발하는 통상적인 신약 개발의 접근 방법인 타깃-기반 치료(Target-based therapy) 연구와는 다르게, NecroX의 경우에는 기능-기반 치료(Function-based therapy) 연구를 우선적으로 수행하였다. 화합물의 새로운 기능을 검증하기 위한 여러 질환에 대한 효능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로 심근 세포의 괴사로 인한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 외에 간 & 폐 섬유화(fibrosis), 자가면역질환 및 다양한 염증질환 모델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확인했다.
김 박사와 연구진은 NecroX의 첫 타깃 질환으로 심근경색을 선택했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으로서 에너지 생성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심근 세포 용적의 30%를 차지한다. 심근 세포는 분열을 통한 증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손실이 되면 복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백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지만 아직까지 근원적인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임상 적응증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심각한 심근 경색 환자에게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이 시술된다. 스텐트(stent) 삽입을 통해 막혔던 혈관을 열어 다시 관류가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다. 허혈 발생 이후의 재관류는 심장 조직의 생존과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산화 스트레스에 의한 손상이 발생 심근 세포의 괴사와 경색을 유도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스텐트 시술 환자는 재관류 손상으로 인해 허혈 심장 조직의 40 ~ 50%는 경색 부위로 잔존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의 10%는 재발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되며 평생 동안 심각한 임상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는다.
연구진은 “스텐트 시술 5분 전에 임상 적용물질인 NecroX-7의 1회 단독 정맥투여로 재관류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근경색 동물 실험(허혈-재관류 손상)에서 NecroX-7 투여군은 대조군과 사이클로스포린 A 투여군 대비, 경색 크기와 심근 세포의 괴사를 현저하게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NecroX-7은 현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의 지원을 받아 국내의 심근경색 STEMI(ST Elevation in Myocardial Infarction)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완료했으며, 현재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추가 임상을 2017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심근경색을 포함한 허혈성 심장 질환이 전체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시의 치명적 재관류 손상에 의한 심근 세포의 괴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약재의 개발은 의학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매우 크다. 지금까지 허혈성-재관류 손상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러 치료제들의 임상 시험은 다수 실패하였다. 주목 받던 심근경색 치료제가 세포 자멸(apoptosis) 억제 기전을 타깃으로 한 것과 다르게 NecroX-7은 세계 최초로 세포의 괴사 기전을 차단하는 약물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는 급성 심근 경색 환자에게로의 적용이 기대된다. 해외 유명 평가기관으로부터 효능과 안전성 그리고 차별성 측면에서 높은 사업가치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LG생명과학측의 설명이다.
◇세포치료제, 면역억제제 등 다양한 확장 적용
NecroX는 뛰어난 항염증 기능을 가지고 있어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섬유화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로 간 및 폐 섬유화 동물 모델에서 섬유화 억제 효능을 확인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산소에 의해 유도된 비정상적인 지방 축적이 발생하는 비알코홀성 지방간염(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모델에서도 뛰어난 간 세포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
김 박사는 “현재 개발 중인 적응증 이외에도 면역 억제제로서의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의 면역 억제제들은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하나의 인자를 타깃으로 하고 그 하위 기전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 몸은 부족한 부분을 다른 경로로 보충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한 가지 루트만 막는 경우 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NecroX의 경우에는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인자들의 생성 및 분비를 촉진시키는 상위 기전인 활성산소의 증가와 축적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면역 염증 반응을 더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성능을 이용해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나 과민증(Anaphylaxis)에 대한 동물 실험에서 효능을 입증하였으며, 향후에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포 치료제로서의 적용 가능성과 뛰어난 세포에 대한 보호 능력을 이용해 항암 요법 치료 시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염증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여항암 보조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김순하 박사는 “병의 원인은 에너지와 대사의 불균형으로 인한 기관과 세포의 기능 저하와 불능이다. 따라서 세포 내의 에너지 생산과 대사를 관장하는 미토콘드리아 표적 치료제 개발에 기반을 두는 미토콘드리아 의학은 암 및 희귀 질환 등의 난치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방편으로 전 세계적인 큰 흐름의 중심에 있다. NecroX는 미토콘드리아를 타깃으로 하는 미토콘드리아 표적 치료제와 괴사-관련 염증 질환 치료제 개발의 선도 물질로 향후 확실한 의미를 가진 연구 결과를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