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누가 문화를 죽이나?

입력 2016-1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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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지금 시대가 어떤 때인데 블랙리스트 만들어 창작자들의 창작 의지를 방해할까.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창작에 있어 자기검열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들이 작성되고 실질적으로 작동이 됐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폭력이다.”

제작 과정에서 투자 철회 등으로 외압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원전사고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의 12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주연 정진영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건 2016년 대한민국 문화 현실의 한 단면이다.

‘문화로 행복한 대한민국’ ‘우리가 함께 만드는 문화’ ‘세계 속 문화 한국’. 문화융성위원회가 내건 캐치프레이즈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기조로 삼았던 문화융성, 그 실체는 무엇일까. 박근혜 정부가 내건 ‘문화융성’의 실체는 특정 집단의 사익 추구를 위한 ‘문화 사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는 마음의 밭을 가꾼다는 의미를 가진 문화(Culture)를 특정 집단의 탐욕 수단으로 철저하게 악용했다. 탐욕의 수단으로 전락한 문화는 결국 국민의 마음을 오염시키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문화로 행복한 대한민국’의 본질은 ‘문화를 통해 사익을 챙겨 행복한 최순실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 김종 전 문화부 차관 등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문화의 의미조차 모르면서 사익 추구에만 열을 올리며 문화를 죽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는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닌 한 네티즌의 비판처럼 “국민과 기업에 삥 뜯기 아주 좋은 도구, 자연스럽게 기금 모금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문화’의 실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차은택 일당이 만드는 문화’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화정책 담당자들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사익과 권력 추구에 철저히 악용했다. 최순실 일가의 사익 추구를 위한 문화 사업에는 ‘묻지 마’ 지원을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문제를 비판하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요구 성명에 참여한 예술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지원을 배제하는 등 유·무형의 탄압을 가했다. 더 나아가 문화의 주역인 수많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낙인이라는 비열한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세계 속 문화 한국’은 ‘세계 속 위축돼가는 문화 한국’으로 전락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중국 등에서 일기 시작해 세계 각국에서 거세진 한류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문화적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연예인, 방송사, 연예기획사, 제작사 등 오롯이 민간의 힘으로 한류는 탄생할 수 있었고 진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세계 속에서 한국 문화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국가 이미지까지 제고한 한류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제발 가만있었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는 아무 일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며 침체에 빠진 한류 재도약의 기반이 된 중국 시장을 죽였잖아요. 박근혜 정부는 한류를 죽인 주역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최근 만난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분노다.

“에이, 천하에 도둑놈들아!” 문화융성위원회 사이트에 올린 한 시민의 준열한 꾸짖음이다. 수많은 국민이 사익과 권력 추구 수단으로 철저하게 악용해 문화를 죽인 박근혜 대통령과 문화정책에 관여한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에이, 천하에 도둑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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