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트럼프-차이잉원 대만 총통 전화 회담에 공식 항의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화 회담에 공식 항의를 제기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전날 미국 대통령 또는 당선인으로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했다. 아직 취임하기까지 한 달도 넘게 남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외교 분쟁을 촉발한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세상에는 ‘하나의 중국’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우리는 미국에 엄중한 항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당사자들은 중국과 미국 관계의 불필요한 간섭을 피하고자 대만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뤄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한 홍콩 TV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전화통화를 ‘사소한 행동’으로 격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형성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또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자신들이 펼쳐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꿀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 인터뷰를 별도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양안 정책을 담당하는 중국의 대만사무판공실도 이날 “대만 측의 장난질이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지위를 바꿀 수는 없다”며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역설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전날 전화통화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언질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제임스 짐머먼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의장은 “미국 기업은 확실성과 안정성을 필요로 한다”며 “트럼프 인수위가 이 지역의 역사적인 긴장과 복잡한 역동성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 소재 인민대학의 스인훙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가 중국을 싫어하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본토의 압력에 대항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아시아 리서치 대표인 에반 메데이로스는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전화 회담을 매우 도발적인 행동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미중 관계의 지속적인 불신과 전략적 경쟁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