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의 자본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이 제외되면서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증권사들이 확충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초대형 IB의 사업 범위를 규정하는 자기자본 대상에서 영구채를 배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입법 예고를 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구채는 이자 지급과 상환 부담을 진다”며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대출을 받아서 또 다른 이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구채를 초대형 IB의 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올해 8월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기준을 3조ㆍ4조ㆍ8조 원 등 3단계로 나눴다. 이후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증권사들은 영구채 발행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급한 건 삼성증권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의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4973억 원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삼성생명에 매도한 자사주(10.94%)와 올해 4분기 순이익을 합해도 연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7800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2200억 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하다.
삼성증권의 자본 확충 방안으로는 유상증자가 거론된다. 이 경우 최대 주주인 삼성생명(30.1%)이 삼성증권의 유증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금융지주사가 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의 지분을 15%(2조 원) 이상 확보해야 한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4조 원을 맞추기 위해 이 회사의 유증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장회사의 지분 30%(비상장사는 5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삼성생명이 삼성증권의 지분을 더 이상 늘릴 필요성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4조 원을 넘는 증권사는 채권보다 발행이 쉬운 발행어음(만기는 보통 1년 이하)을 통해 IB 업무에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기기 위해 최근 1조69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자사주 매각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8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