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ㆍ조희연 공개발언으로 압박… 영등포구 “법적 검토 필요… 주민의견도 찬반 팽팽”
전국 곳곳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성난 민심에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영등포구가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철거하라는 서울시의 압박과 주민들의 요구로 고민에 빠졌다.
9일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문래근린공원 한쪽에 세워진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이 최근 빨간 스프레이로 훼손됐다. 좌대에는 ‘철거하라’는 문구도 쓰였다. 앞서 경북 구미시의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방화가 발생했고, 생가 인근 동상도 ‘독재자’란 낙서로 훼손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민심이 박 전 대통령에 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이나 흉상은 구미 생가와 박 전 대통령이 나온 구미초등학교,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경북 청도 신거역, KIST, 서울 문래근린공원에 있다.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흉상은 1966년 군부대 중장이 5·16 군사정변을 모의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이 터는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자리였으나, 1986년 4월 28일 공원으로 바뀌었다. 흉상 아래에는 ‘5ㆍ16 혁명 발상지’라고 적혀있다.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흉상의 철거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시민단체들은 흉상이 부적절하다며 철거를 요구해왔고, 2000년 11월엔 일부 시민들이 흉상을 철거해 홍익대로 옮겨놓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구청 측은 흉상을 다시 원래 자리로 갖다놓았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정례회에 참석해 “영등포구청이 관리하는 공원이기 때문에 흉상 철거 규정이 없지만, 가능하면 철거나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자리에 함께 있었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누구나 이용하는 근린공원에 논란이 되는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이 있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등포구는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과 교육적으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민원이 팽팽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흉상은 ‘박정희 대통령 애국정신 선양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구 차원에서 철거해도 되는지 법적 자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선 흉상철거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이달부터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대책위 측은 서명을 모아서 구청장과 철거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양회 측은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절대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