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주장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전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일축하고, “이들(CIA)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했다고 말한 자들”이라며 CIA가 이번에도 잘못된 정보를 갖고 주장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미국 대선전을 뒤흔든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에서 러시아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트럼프의 승리를 위해 비밀리에 협력한 정황을 CIA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러시아가 단순히 미국 선거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트럼프 당선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인사들은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거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 측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차기 원내대표인 찰스 슈머(뉴욕) 의원은 10일 오전 내놓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보도가 충격적이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자 의회 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WP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CIA는 단도직입적이고 전폭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FBI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대선 개입 자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공개하기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정계 은퇴를 앞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코미 국장은 미국 대선을 열흘 남겨 놓은 시점에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천명해 이번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