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법률 위반 한 가지만 확실하면 ‘파면’ 가능…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듯
헌법재판소가 12일 첫 평의를 여는 등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심판을 서두르고 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3일 만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심판 청구 6일이 지나서 첫 평의를 열었다.
국회가 제시한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국민주권주의(헌법 1조) 등 5가지의 헌법 위반과 미르와 K스포츠 설립과 출연 과정에서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죄) 등 8가지의 법률 위반이다.
헌재는 일관성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결정 요건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결정문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를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법 위반의 경우라고 했다. 이는 박 대통령 탄핵 청구사유로 기재한 헌법·법률 위반 13가지 사안 중 단 하나라도 ‘공직자 파면’ 요건을 충족하면 탄핵이 가능할 것이란 해석을 가능케 한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게 되면 파면 사유에 해당하는 1가지 이유만 명확하게 하면 된다. 2004년 신행정수도 사건 때 헌재는 9개의 기본권 침해 청구 취지 9개 중 국민투표권 침해 한 가지만 판단해 위헌을 선언했다. 나머지 8개는 판단하지 않았다. 위헌 결정을 한 만큼 청구인 쪽에 불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각 결정을 내릴 땐 청구인 쪽 주장에 대해 일일이 기각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정치권에선 박한철 헌재 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9명의 성향이 판세를 가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헌재 재판관은 보수성향 6명, 중도 1명, 진보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을 심리해 해산 결정을 내렸을 땐 야당이 추천한 김이수 재판관 1명을 제외한 8명이 찬성 의견을 낸 적도 있어 이들의 성향이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헌재 결정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결정 시기다. 차기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어서다. 대선이 빨라질수록 당장 높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는 후보가 유리하다. 대선이 늘어지면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밖에 없어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출마지가 불분명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지지율 1위부터 5위까지 후보가 모두 야권인사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 전문가는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 때(63일)보단 결정이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청구사유 중 법률 위반을 적시한 건 ‘공직선거법 위반’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정치적 책임을 물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에 적용한 헌법·법률 위반 사항만 13개에 이른다. 헌재가 가장 유력한 파면 사유 한 가지를 집중 심리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방대하다. 또한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까지 진행 중인 만큼, 특검 진행 상황을 살피면서 심리에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 여론과 국정 혼란 최소화를 위해 헌재가 결정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