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발달한 미국 시장 이해없이 무리한 해외영업 감행하다 쓴맛
‘빅4’ 대형 손보사들이 유독 미국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무리하게 해외영업을 감행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경우가 KB손해보험이다.
KB손보는 미국 현지 법인의 영업 손실로 인해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이 약 23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7월에는 1500만 달러(170억여 원), 9월에는 1억 달러(1170억여 원)를 지원했다.
KB손보의 미국 법인 부실 문제는 전신인 LIG손보 때 발생했다. LIG손보는 2012~2013년경 미국에 거주하는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1년 만기 일반배상책임보험을 판매했다.
문제는 2013년 말 터졌다. 현지 법인이 인수심사를 허술하게 해, 사고 위험률이 높은 불량물건을 대거 받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가입 대상과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무리하게 영업을 감행한 결과였다.
이로 인해 미국 법인 순손실 규모는 2013년 391억 원, 2014년 516억 원, 지난해 1295억 원으로 2년 새 231% 급격히 늘었다. 결국 LIG손해보험은 2014년 3월 영업자금 부족으로 미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미 법인 손실은 KB손보 전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았다. KB손보의 지난해 전체 일반보험 손해율은 기존 80%대에서 2, 3분기 각각 129.8%, 197.2%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지난해 3분기에는 전체 손익이 적자(-17억 원)로 전환됐다. 지난해 4분기가 돼서야 2년여간 미 지점 손실을 털어내고 순익 상승세로 돌아섰다.
동부화재도 미국 지점에서 손실을 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부화재의 올 상반기 미국 지점 손실규모는 950만 달러다. 특히, 뉴욕지점은 2013년 이상 한파 등으로 미보고발생준비금(IBNR) 116억 원을 추가 적립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한 보험사들이 유독 미국에서 고전하는 것은 소송문화 발달 등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성급하게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해외 진출한 6개 손보사들은 유독 미국 점포에서만 적자(-2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손보사들이 진출한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영국 등에서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전용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송이 발달한 미국 현지의 법규, 문화에 대해 덜 숙지한 상태에서 나갔다고 봐야 한다”며 “RGA 등 미국의 보험사들은 해외 진출 시 현지 시장에 대해 3년 이상 숙지하고 나가는데 우리는 남들 나가니까 따라가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가입 기업의 직원들이 제기하는 소송에 들어가는 법률 비용 때문에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두기 위한 지원금”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정확한 손해율 증가폭을 밝힐 순 없지만 전년 대비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