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최규선(56) 씨가 대표로 있는 유아이에너지의 코스닥시장 재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배광국 부장판사)는 유아이에너지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자원개발업체인 유아이에너지는 2006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2년 유아에너지가 이라크 쿠르드 도훅병원 건설공사와 관련해 선수금 1958만 달러(약 232억 원)를 받고도 회계처리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1년간 증권발행을 제한하는 감리조치를 내렸다. 당시 대표인 최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유아이앤씨가 유아이에너지 대신 선수금을 받았다. 이후 유아이에너지는 선수금 상당의 손실이 추가돼 자본잠식상태에 이르렀다. 같은 해 9월 한국거래소는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를 상장폐지했다. 유아이에너지는 다음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결정 무효 소송을 냈다.
1ㆍ2심 판결은 엇갈렸다. 앞서 1심은 유아이에너지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선수금은 유아이에너지가 도훅병원 공사계약과 관련해 받은 돈”이라며 상장폐지결정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앞서 유아이에너지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결과를 그 근거로 들었다. 유아이에너지는 증선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유아이에너지가 선수금을 입금ㆍ회계처리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유아이앤씨를 통해 대신 선수금을 받은 것으로, 이를 미수금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회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아이앤씨ㆍ유아이에너지가 재무제표에 미수금을 회계처리하지 않은 점과 최 대표가 그동안 선수금을 쿠르드정부 총리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주장해온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심사 없이 상장폐지결정을 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유아이에너지 측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과 이를 통한 코스닥시장의 거래안정 및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정한 재량을 갖고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지난달 43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 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한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