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맺은 민항기 80대 구입 계약에 대해 미국 재무부 승인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에 이번 계약 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란 국영항공사 이란항공은 지난 11일 보잉과 여객기 80대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총 거래액은 166억 달러(약 19조7000억원)로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미국기업과 맺은 최대 규모 계약이다. 이란은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에서 약 200대의 여객기를 구입해 노후화된 비행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이란 제재 해제에 반대해왔던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면 계약이 무효화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란항공 측은 해당 계약이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에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취임이 구매계약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란 측은 트럼프 당선인이나 미국 의회가 계약을 저지할 경우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르하드 파르바레시 이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란항공과 보잉은 모두 빠른 결론에 도달하려고 노력했으며 다행히 새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계약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1월 핵협상 타결로 37년 만에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로부터 해방됐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안보 우려 등의 이유로 자국 기업이 이란과 거래할 때는 재무부와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제한하고 있다. 즉 이란의 보잉 여객기 매입 계약이 최종적으로 성사되려면 트럼프 당선인과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진행한 이란 핵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최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가격이 비싸다며 보잉에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를 의식한 보잉도 지난주 이란과의 계약이 체결되면 미국 내 수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트럼프가 당선 직후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의미 있는 발언을 하지 않아 대통령 취임 후 이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 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