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underdog)의 반란’. 2016년 자동차업계를 수식하는 문구다. 전통의 강자인 현대기아차는 파업 여파로 점유율 마지노선 60%대가 무너졌고, ‘2인자’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가며 1위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쌍용차 역시 ‘티볼리’ 판매 호조를 등에 업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부문 왕좌 자리에 올랐다.
이 같은 언더도그의 반란은 실적 추정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 감소한 5조7300억 원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3.8% 감소한 6조2600억 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만에 새 옷을 갈아입은 ‘그랜저IG’ 흥행과 글로벌 SUV 라인업 보강으로 4분기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3분기 장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을 메우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는 3조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봤다.
그나마 기아차가 체면을 챙겼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올해 2조5550억 원(전년 대비 8.3% 증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도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ㆍ브라질 등 신흥국 판매량이 늘어난 덕이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상장사가 아닌 터라 실적 추정치는 없지만, 누적 판매량을 통해 ‘대박’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르노삼성은 ‘SM6’와 ‘QM6’ 투톱 흥행으로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판매 9만702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9% 증가한 수치다. 연초 잡았던 내수 판매 목표(10만 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역시 11만9156대에 달해 호조를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지엠 누적 판매도 내수 16만1962대, 수출 38만922대로 총 54만2884대를 기록했다. 이 밖에 쌍용차는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3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미국은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하고 있고,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은 빠르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요 판매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이익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얼마나 원가를 낮춰 품질 좋은 차를 내놓느냐’가 생존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