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강민구 부산법원장“스마트폰 앱만 잘 써도 조직 혁신”

입력 2016-12-22 11:00수정 2016-12-2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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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날고, 자율주행차 달리는 시대… 4차 산업혁명 대응 법체계 정비해야

▲강민구 부산법원장은 국내 사법부의 전자소송 기틀을 마련한 법조계 IT전문가다. 그는 “리더가 바뀌어야만 4차 산업혁명이 더 빠르게 우리 생활에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한해는 IT를 통한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드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영상 촬영 분야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고, 자동차 분야는 자율주행을 넘어 무인차도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펼쳐지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

강민구(58·사법연수원 14기) 부산지법 법원장은 자타 공인 법원 내 IT 최고 전문가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전자소송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완승할 것을 예측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IT를 통한 조직 혁신을 강조하며 법원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외부 강연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부산을 찾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한 관측과 조직 관리 노하우를 들었다.

IT기기를 통한 조직 혁신 비결을 묻자 강 원장은 ‘스마트폰 어플만 써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리더들, 기관장들이 새롭게 코딩(Coding)을 배울 필요는 없어요. 왜 공짜인데 눈을 안뜨는지 모르겠어요. 무조건 리더가 바뀌어야 합니다.”

실제 강연을 나가 간단한 어플 활용법만 알려줘도 현장에서 ‘디지털 문맹인 줄 몰랐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날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노트북 타이핑을 하자 조용히 손을 잡아 책상으로 이끌었다. 구글 크롬 음성인식 어플을 실행하자 강 원장이 말하는 내용이 자동으로 타이핑돼 모니터에 뜬다. 일부러 말을 빨리 하거나 사투리를 넣어도 컴퓨터는 모두 다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소리를 텍스트로 받아적었다. 나중에 문단만 나눠주면 됐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는 기존에 들이던 9배의 고통이 따른다고 합니다. 전자소송을 처음 시작할 때도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법원 실무관이 처리할 서류가 1만 페이지라면 도장도 1만 번을 찍어야 했어요.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됩니다. 무조건 리더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는 “스마트폰 음성인식으로 글을 적어보거나 동시통역 앱으로 외국인과 대화해보라”고 권했다. 실제 그는 일하면서 ‘에버노트’, ‘파파고’ 등 각종 어플을 활용하고 있다. 자연히 구성원들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강의를 통해 판사들이나 실무관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강 원장이 강연하는 ‘스마트 비법’은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검색해서 볼 수 있다.

그는 “약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곁에 도착했다”고 평가했다. “인간 소통의 장벽이었던 언어의 바벨탑이 컴퓨팅 기술에 의해 무너질 겁니다. 컴퓨터 간 소통도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인간의 말과 동작으로 대체되고 있어요. 자동 속기는 조만간, 동시 통역은 3~5년 이내에 완전히 가능해져 우리 생활에 큰 변화가 일 겁니다.”

실제 그는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 사법정보화분과회의에 참석해 중국 대법원장과 통역 어플 ‘파파고’로 30여분 간 대화했다.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정보 공유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어학사전 구축을 위해 법률과 건축, 사전 등 정보를 미국에 건네줬습니다. 덕분에 훨씬 전문적인 내용도 통·번역이 돼요. 뺏긴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내 패를 보여줘야 남의 패를 볼 수 있는 거거든요."

드론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삶의 질과 법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겁니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최적화와 한계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됐어요. 하지만 동시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더 유념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강 원장은 일자리에 관한 문제는 항상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단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의 예를 들었다. 아마존은 제품 분류와 배송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로봇과 드론을 사용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그만큼 인간 고용을 줄이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과는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돼 고용을 더 늘리게 됐습니다.”

드론이 다른 사람의 주택 상공을 넘나들고, 무인자동차가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 등은 기존 법률이 예정하지 못한 영역의 일이다. 그는 한국정보법학회 활동을 통해 이같은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의논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생기는 위험을 보험으로 해결할 것인지, 사업자들의 기금을 모을 것인지 등도 앞으로 연구할 부분이다.

부산=글·사진=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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