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테러를 벌인 용의자가 올해 초 독일 당국의 감시를 받았던 인물로 알려져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수차례 테러를 겪었지만 유럽 당국이 여전히 수사망과 안보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이번 테러를 야기했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럭 테러의 용의자로 지목된 튀니지 출신 난민 아니스 암리(24)가 지난해 6월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들어갔다. 암리는 유럽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와 연계된 잠재적 위험한 인물로 지목돼왔고 특히 총기 구매 비용을 마련하려고 강도질을 계획한 혐의로 지난 3~9월 당국의 감시 대상이었다. 그러나 베를린 공원에서 마약 거래를 하거나 바에서 싸움한 것 이상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감시가 해제됐고, 이후 베를린에서 사라졌다. 당국은 암리가 감시대상일 당시인 6월 난민신청이 거부돼 그를 본국으로 추방하려 했으나 튀니지 측에서 튀니지 국민으로 확인하길 거부하면서 추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8월에는 이탈리아인으로 위조한 신분증을 갖고 있다가 체포되기도 했지만 바로 풀려나기도 했다.
암리는 앞서 2012년쯤 이탈리아로 이주했고 방화 혐의로 4년을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튀니지에서도 가중 폭행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재 암리는 현상수배 대상이 됐으며 현상금 10만 유로(약 1억2500만원)이 걸렸다. 독일 경찰 당국은 그가 6개의 가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집트인이나 레바논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베를린의 서부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암리의 각종 범죄 기록들이 독일이 시행 중인 추방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가혹한 비판을 더하며 정치적 악영향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