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기존 NB(National Brand)상품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자체 PB(Private Brand)상품을 확대해 나간다고 선언하자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 PB상품을 동일 상품군 1위의 NB상품과 나란히 진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1위 제품의 가격에 비해 20~40% 저렴한 PB제품을 다량 출시, 이를 중심으로 판매하겠다고 밝히고 18일부터 이를 실행에 옮겼다. 제조업계와 유통업계는 술렁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의 '가격파괴' 선언에 대해 일반 식품제조업체들은 기존 NB제품에 비해 20~40% 싸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수준'이라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우선 업계 1위 제조업체들은 "빅 브랜드로서 오랜기간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만큼 소비자들을 쉽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식품의 경우 한 가지만을 고집해 오던 소비자들의 입맛이 금방 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1위 NB제품이 가격이 싼 PB제품에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NB제조업체들 외에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PB 상품제작에 참여하는 업체가 거대 유통업체인 이마트에 종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형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원가절감에 있어서 이마트가 감수하고 마진을 적게 본다면 상관없겠지만 원가 비용부분을 제조업체에 떠넘긴다면 제조업체는 원가출혈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PB상품의 '품질'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PB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동일한 제품군의 NB제품에 비해 품질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일한 제품군에서 우리나라는 PB제품이 등장한 지가 10년이 되었음에도 걸출한 '히트 PB상품'이 아직 없다는 것. 그만큼 제조기반이 탄탄한 중소제조업체들이 미미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PB상품이 나오려면 기술력 있는 제조업체들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며 "월마트나 테스코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자체 PB상품의 비중이 40∼50%에 이르는 것도 그만큼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우수한 중소제조업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기술력있는 중소제조업체라면 PB상품 제작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마트의 파격 파괴 전략에 대해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지난 18일 평화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형마트가 값이 싼 제품을 공급하면 소비자는 좋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러나 대형마트가 그 부담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면 유통업체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현재 대형 유통업 분야 전체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중소 유통업체와 관계 부분을 보완해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