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룰(규칙) 마련을 내년 초로 미루기로 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대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지만 탄핵 인용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이는 대선주자간 ‘룰의 전쟁’이 자중지란 양상으로 비화되면 논의의 초점 자체가 미래의 비전이 아닌 ‘권력 수(數)싸움’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안규백 사무총장은 25일 “당분간 경선룰과 관련된 논의는 당에서 하지 않고 내년 초쯤 기구 구성과 관련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대통령 탄핵이라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가 왔고, 당력도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래 민주당의 당규는 경선 룰을 대선 1년 전인 올해 12월 19일까지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최근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를 비롯한 상설위원회를 정비하며 경선룰 논의에 나설 채비를 서둘렀다. 특히 ‘조기 대선’을 고려해 올해 안으로 경선 ‘기본안(案)’을 만든 뒤, 각 경선주자 측 대리인들과 룰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탄핵정국에서 경선룰 논의가 자칫 이슈 집중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우려가 제기되면서 속도조절에 나서게 된 것이다. 또 새누리당 분당사태와 이에 따른 4당 체제의 현실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등으로 대선판도의 유동성이 증폭된 상태에서 대권 레이스를 섣불리 공식화하는데 따른 부담도 작용했다.
경선룰의 큰 틀을 짜는 역할을 맡아온 이원욱 전략기획위원장이 최근 사임, 공석이 되면서 경선 룰 논의가 주춤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위원장은 ‘내년 1월 룰 확정’을 목표로 그동안 과거 대선 경선안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해왔다. 추미애 대표는 내주 초 후임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위 산하에 경선 룰 기구를 둔다는 방침으로, 양승조 당헌당규위원장이 룰 작업을 총괄할지, 외부위원장 체제로 갈지 등 구체적 사항은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당 안팎에선 경선룰을 놓고 주자간 정면충돌이 빚어질 경우 포스트 탄핵국면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결국 2012년 당시 룰을 준용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2년에는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졌으며 1위주자의 득표율이 50% 미만일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