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평균 수익률 10%대서 올해 0.76%… 호텔롯데 상장 철회에 하반기 대내외 악재… 내년 美금리인상 등 채권시장 약세 이어져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연초 기대치와 달리 침체되면서 공모주 펀드도 옛 영광을 잃었다.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0%대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1%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7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23일 기준 공모주 펀드 103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0.76%에 그쳤다. 3% 이상 수익을 낸 펀드는 103개 중 5개에 불과했다. 그중 2개는 공모주에 가중치를 둔 인덱스 펀드로 최근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라 수익률을 회복했다.
‘하나UBS파워10(채혼)C’의 수익률은 26.68%를 기록했다. 103개 공모주 펀드 중 나홀로 20%대 수익률을 냈다. 공모주보다는 올해 주가가 크게 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등을 편입한 효과다. ‘흥국공모주로우볼채움플러스1(채혼)A’ 역시 공모주뿐 아니라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동시 투자하는 복합 전략 펀드로 4.04%의 수익을 냈다.
공모주 펀드의 초라한 성적은 고스란히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 연초 이후 공모주 펀드에서만 1936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공모주 펀드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전반적으로 인기를 끌던 것과 달리 올해는 수익률이 양호한 일부 펀드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차별화 현상도 나타났다. 연초 이후 1000억 원 이상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칸서스튼튼채권탄탄공모주1(채혼)A’, ‘IBK가치형공모주알파(채혼)C-C’, ‘멀티에셋코리아베스트다이나믹인덱스[자]1(주식-파생)-CI’ 3개에 불과했다.
올 초 공모주 시장은 호텔롯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규모 IPO 계획으로 들뜬 모습이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철회됐다. 표면적으로 올해 전체 IPO 시장 규모는 6조 원을 넘으며 최근 6년간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2조2000억 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모를 빼면 지난해 IPO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반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비선 실세 국정 농단 등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도 시장을 위축시켰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채권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것은 공모주 펀드 수익률을 낮춘 원인이 됐다. 대부분 공모주 펀드는 ‘채권혼합형’으로 공모주와 채권에 1대 9 또는 2대 8 비중으로 투자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상장을 연기한 넷마블게임즈, ABC마트코리아 등이 내년 초 상장에 나서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채권시장 약세가 지속할 것이란 점에서 수익률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