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 자회사가 지난해 말 인수한 회사에서 거액 비용 발생…자본확충 등 비상대책 강구
일본 도시바가 지난해 분식회계 스캔들에 이어 새 위기에 빠질 조짐이다. 도시바는 27일(현지시간)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에 미국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수천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수조 원의 감액 손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미국 원전 자회사가 지난해 말 인수한 회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거액의 비용이 발생하고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모회사인 도시바도 흔들리게 됐다.
도시바는 원전 사업에서의 막대한 손실로 이번 회계연도에 3년 연속 최종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요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을 통한 자본확충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주주와 비즈니스 파트너,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우리가 초래한 문제에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거액의 특별손실 발생 소식에 도시바 주가는 이날 도쿄증시에서 11.6% 폭락했다.
도시바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는 지난해 말 엔지니어링 대기업 시카고브리지&아이언(CB&I)로부터 미국 원자력 서비스 업체 CB&I 스톤앤드웹스터(S&W)를 인수했다. 원전 건설 등의 사업을 펼치는 S&W는 공사비와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생기면서 손실이 수천억 엔에 이르게 됐다. 인수 가격과 실제 기업가치 차액도 당초에는 약 105억 엔(약 1080억 원)으로 추정했지만 기업가치가 예상을 밑도는 것으로 판명됐다.
WH와 S&W는 2000년대 후반부터 원전 사업에 협력해왔다. 지난해 모회사인 도시바가 분식회계 스캔들로 경영위기에 빠진 가운데 WH는 사업의 수직계열화 목적으로 S&W 인수를 단행했지만 안이한 수익성 계산으로 결국 파탄을 일으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로 원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초기 예상보다 원전 건설비용이 높아진 것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 아레바가 발주한 신형 원자로 건설 비용이 커지면서 위기를 초래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시바는 구체적 손실액을 언급하지 않고 10~12월 실적을 발표하는 내년 2월까지 확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당초 도시바는 이번 회계연도에 1450억 엔 흑자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WH 손실이 수천억 엔에 이르면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또 9월 말 3600억 엔 수준이던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손실 계상을 강요당하고 있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폐지 기준에 들어가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폭넓게 투자자를 모집, 공모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방법은 사실상 막혀 있어 주거래 은행 등의 지원이 절실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