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청문회에 이어 탄핵, 특검 수사로 이어지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연말연시를 맞아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대기업 총수들은 현재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자택에서 사업 구상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기업은 다가오는 신년회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재계 한 고위 임원은 28일 “총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해 연말·연초에 예정됐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경영전략 수립 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무식을 내년도 투자 및 사업계획과 임원 인사, 조직개편안을 발표해야 하지만, 총수들이 특검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당하게 되면서 모든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시무식 일정을 결정한 대기업도 주로 위기 극복 등 경영위기에 대해 강조할 뿐,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대체로 함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별도의 종무식이 없이 계열사별로 간소하게 시무식을 갖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2일 권오현 부회장 주재 아래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시무식을 갖는다. 반면, 삼성카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시무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신년회를 개최하고 정몽구 회장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최근 부진했던 해외 판매 실적 회복과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체제 재편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0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롯데월드타워가 6년 만에 완공 마무리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 시무식을 이곳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이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로운 장소 선정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승연 한화 회장의 행보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김 회장은 내달 20일 참석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 이후 사업 구상을 짤 예정이다. 김 회장을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하도록 추천한 인사는 미 정계의 오랜 지인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