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14년여 만에 유로-달러가 패리티(등가)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8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올해 안으로 유로-달러 패리티를 점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도 고객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개도국과 신흥시장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올해 “다소 혹은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60%에 달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유로·달러 환율은 1.0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2016년 한 해 동안 4% 넘게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고점인 1유로=1.5979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달러화는 2011년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3분의 1 이상이 올랐다. 달러화는 유로화뿐만 아니라, 엔화와 신흥시장 통화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인덱스는 지난 한 해에만 3.1% 올랐다.
상당수의 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지출 확대 계획을 근거로 올해도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2002년 12월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으로 패리티가 실현되는 셈이다.
이탈리아와 같은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을 반기고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저금리기조를 반대해왔던 독일의 경우 유로화 가치 약세 문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이 긴축에 나선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초저금리 정책이 유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독일 내부의 ECB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7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선라이즈 캐피털의 크리스토퍼 스탠튼 수석투자책임자(CIO)는 “거의 모든 통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라는 압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