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권호의 역학경영] CEO들이여, 역학을 공부하라

입력 2017-01-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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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처한 현실은 일부 극소수의 경우만 빼놓고 항상 한정된 운영자금과 부족한 인력,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CEO는 이 같은 현실에서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항상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상황과 조건이 다양한 인간 개개인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5가지 술수(術數)를 발전시켜왔다. ‘동양오술(東洋五術)’이라고 하며, ‘명(命)ㆍ복(卜)ㆍ상(相)ㆍ의(醫)ㆍ산(山)’의 5개 분야를 가리킨다.

이 중 ‘명ㆍ복ㆍ상’ 세 가지는 미래를 예측하는 역학과 가장 관계가 깊다. 이 부분의 지식은 경영상의 유용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명’을 공부하면 자신의 운을 참고해 적극적인 투자 실행 가부와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상’을 공부한다면 직원 선발 단계에서 입사 지원자 중 경영자가 원하는 심성과 소질 있는 지원자들을 선발할 수 있다. ‘복’을 안다면 경영상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장량(張良, ?~BC 186), 제갈량(諸葛亮, 181~234), 유기(劉基, 1311~1275)는 중국 역사상 주군을 도와 천하대업을 이룩한 3대 책사(策士)로 꼽힌다. 이들은 탁월한 군사 전략가이면서 역학에 능통해 병법에 역학을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량은 유방(劉邦)의 책사로 한나라의 건국 공신이다. 자는 자방(子房),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소하(蕭何), 한신(韓信)과 함께 한나라 건국의 3걸로 불린다. 병법에 밝아 유방이 한을 세우고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에 큰 공을 세웠다. 유방으로부터 “군막에서 계책을 세워 천 리 밖에서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장자방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제갈량은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정치가 겸 전략가로, 유비(劉備)를 도와 촉한을 건국했다. 자는 공명(孔明)이며, 별호는 와룡(臥龍) 또는 복룡(伏龍)이다. 나관중이 저술한 ‘삼국지’에서는 지나치게 미화되고 신격화됐지만, 제갈량 역시 병법에 통달했으며 병법에 역학을 활용한 흔적들이 전해진다.

유기는 주원장의 책사로, 주원장을 도와 명나라를 개국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는 백온(伯溫),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그가 저술한 ‘적천수(滴天髓)’는 그가 생존했던 당시에 살았던 많은 사람들의 사주팔자를 해석한 명리학의 고전으로, 현재까지 명리학 연구자들의 교재로 활용된다.

중국 3대 책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한정된 재원으로 투자 대상을 최종 결정하는 CEO에게 역학은 매우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CEO인 당신이 태평양 한가운데를 항해 중인 선박의 선장이라고 가정해보자. 하늘이 쾌청하고 수면이 잔잔한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잘 보인다. 현 위치, 그리고 가고자 하는 방향 모두 잘 보인다. 그리고 어느 틈엔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하늘이 어두워지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태풍과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몰아치는, 혼란 그 자체의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자신과 선원들이 살 수 있는지, 배가 온전할 수 있는지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쾌청한 하늘과 잔잔한 바다에서 여유롭게 보이는 선장은 기업경영이 순조로워 마음이 편안한 당신의 모습이다. 반면, 하늘이 어두워지고 강한 바람과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몰아닥쳐 극도로 긴장한 선장은 기업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어 밤잠도 못 자고 고민하는 당신의 모습이다.

모든 사람은 전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항상 전자의 모습만으로 사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전자와 후자가 불규칙한 주기로 교차하는 삶을 살아간다.

더구나 현대와 같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상상하기조차 싫은 후자의 상황에 처해지기 일쑤이다. 세상은 그것을 ‘시장 원리’, 혹은 ‘선의(善意)의 경쟁’이라면서 당연하게 여긴다.

당신과 당신이 속한 조직이 언제 태풍이 몰아닥쳐 항구에 피신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역학이다. 불운하게도 태풍이 몰아치고 소용돌이치는 바다의 한복판에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신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전한 항구로 피신할 수 있는 방법도 역학은 알려줄 수 있다.

▲중국 삼국시대에 유비를 도와 촉한을 건국한 제갈량은 유능한 책사이자 병법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병법에 역학을 활용했다. 사진은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 캐릭터 일러스트.

다음은 CEO가 왜 역학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잘 이해시켜주는 실제 사례이다.

지인의 부탁을 받아 서울 근교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 CEO와 상담한 적이 있다. 그는 60여 명의 직원들과 300억 원대의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CEO다. 그의 운을 분석해보니 10년 주기로 변하는 대운이 바뀌면서 일확천금의 욕망이 강해져 투자를 늘리나, 결국 재물이 빠져나가는 손재(損財)의 운으로 나타났다.

그의 운을 솔직하게 설명해주고 향후 2~3년 경비지출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 가능한 한 현금을 많이 확보해 두면서 보수적으로 경영할 것을 권유했다. 좋지 않은 운을 피해 갈 수 있는 세부사항도 말해주었다.

그는 자신의 운이 좋을 것으로 믿고 왔다가 정반대의 말을 듣자, 상당히 충격을 받았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 다른 역술인에게 자신의 운을 물어봤더니 좋은 운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왜 반대로 말했느냐는 것이었다.

과거에도 그런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니 알아서 선택하라”고 차분하게 말해주었다. 그와 상담한 지 약 1년이 지난 후 그가 필자를 찾아와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확실해 보여 은행에서 많은 돈을 융자받아 공장 설비를 늘리고 직원도 충원했다. 그런데 일본 엔화 시세가 급락, 경쟁 상대인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해져 시장을 빼앗긴 데다 주요 수출 시장인 동남아 개도국들의 경기도 악화하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다. 8개월 동안 계약을 한 건도 성사하지 못해 은행 대출금의 원리금을 연체하게 되었다. 결국 집을 포함해 은행에 대출 담보로 제공된 모든 부동산이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그는 집과 공장이 법원 경매에서 낙찰되면 자신은 완전히 빈손이 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들 퇴직금도 못 줘 노동 관계법 위반으로 고발돼 경찰서와 검찰청을 드나드는 신세란다.

필자는 그에게 예측과 달리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했을 텐데 어떻게 대처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상황이 악화하자 유명한 무당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무당이 굿을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지고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여 거액을 주고 굿을 했단다.

필자는 이 같은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CEO들도 역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학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해주는 역술인을 맹신하게 되고, 거액을 들여 굿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역학을 공부하는 CEO들이 적은 것은 업무가 바쁠 뿐만 아니라, 역학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특히 역학은 정교한 이론체계를 갖춘 학문임에도 신기(神氣)에 의존하는 무속(巫俗)과 혼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학은 종교 또는 무속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극히 현실 지향적인 학문이다. 어느 분야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역학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CEO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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