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남은 현대상선 경쟁력 강화 시급…“대우조선 정리, 지역경제가 발목”
‘일모도원(日暮途遠)’
중공업ㆍ해운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2020년 이후로 보고 있다. 중공업 구조조정의 경우 ‘구조조정은 속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해온 것과 달리 조선업 재편 밑그림도, 일관된 방침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한 해운업은 한진해운ㆍ현대상선 양 사 체제에서 현대상선 단독 체제로 정리됐다. 현대상선은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인 2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우선 ‘한국선박회사’(가칭)를 통해 고효율 컨테이너선 등 선대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글로벌 해양펀드를 이용해 터미널 등 자산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연간 목표를 받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경쟁력이 회복되기까지 5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즉, 적어도 5년 동안은 해운업 구조조정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중공업 구조조정은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운업은 경제논리를 적용했지만, 조선업은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구조조정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을 제외하면 조선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멈췄다고 봐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선사 26개 중 14개사가 자금 지원을 받고, 나머지 12개사는 추가 자금 지원 없이 구조조정을 중단했다.
자금 지원을 받은 14개사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8개사), 한국수출입은행(3개사)이다. 두 국책은행이 지원한 자금은 총 20조1497억 원으로, 전체 조선ㆍ해운 구조조정 지원금액의 87%에 달한다.
약 20조 원 중 16조4172억 원은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대한조선 등 4개사에 투입됐다. 이들 4개사 가운데 STX조선해양과 대한조선은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성동조선, 대한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는 시장논리에 따라 정리되는 수순이다. 반면 대형 조선사는 3사(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ㆍ현대중공업)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운사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면 최소 57조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조선사 노동자는 대부분 내국인이고, 4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하는 등 지역경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과 해운업은 같이 움직이는 업종인데, 해운사는 1개로 축소하고, 조선 대형3사는 정리를 안 하겠다는 것은 일관된 구조조정 원칙과 논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관(官)과 정책금융이 주도하는 현재의 구조조정 방식은 오히려 중요한 결정을 지연시킨다”고 꼬집었다.
한 시중은행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며 “지역경제 때문에 한 번에 정리할 수 없어 정부가 ‘연착륙’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